공유 없는 인천 공유냉장고… 양심 불량 ‘음식 싹쓸이’

인천 미추홀구 숭의1·3동 공유냉장고에서 최근 한 할머니가 여러개의 음식을 몰래 가져가고 있다.폐쇄회로(CC)TV 캡처

이웃 간에 나눠주고 나눠가는 인천의 공유냉장고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 1·3동의 미추홀 공유냉장고 ‘나눔 곳간 2호점’. 60대 남성이 냉장고 안에 놓인 반찬 3통을 가방에 쓸어 담는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 장면을 본 공유냉장고 운영자는 재빨리 밖으로 나가 이를 제지한다. 1인당 1개만 가져가야 하는 규칙을 안내하자 남성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주섬주섬 가방에서 반찬통을 꺼내 제자리에 놓는다. 이에 앞서 70대 여성도 여러차례 나눔곳간 2호점에 와 반찬 여러개를 가져가 운영자가 폐쇄회로(CC)TV를 보고 찾아내 규칙을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달 문을 연 나눔 곳간 2호점은 사실상 기부자 없이 운영자가 매일 반찬을 채워넣고 있다. 기다리는 기부자 발길은 끊긴채, 소홀한 틈을 타 반찬을 몽땅 털어가는 불청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있다.

미추홀구 주안동의 ‘나눔 곳간 1호점’ 역시 공유냉장고의 기능을 잃은지 오래다. 공유냉장고를 설치한 2층 출입구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고, 냉장고는 하얀 천으로 가려놓아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4월부터 운영하던 1호점 역시 기부자가 적고 수요자만 많아 공유가 어렵다는 이유로 미추홀구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냉장고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동구 한마음종합복지관의 공유냉장고 ‘모두의 냉장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부터 운영 중이지만, 1개월간 기부자는 단 6명에 그친다. 운영 초기 복지관에서 오전 9시께 물품을 채워 넣으면 일부 주민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식을 모조리 가져간 탓에 복지관이 음식 넣는 시간을 유동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미추홀구의 1호 공유냉장고(주안5동) 출입구가 최근 굳게 잠겨 있어 이용이 불가능 하다.김경희기자
미추홀구의 1호 공유냉장고(주안5동) 출입구가 최근 굳게 잠겨 있어 이용이 불가능 하다.김경희기자

이처럼 공유냉장고가 일방적 나눔으로 퇴색하면서 시민의식 향상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용자들의 무질서 탓에 당초 목적과 사업의 괴리가 생긴 것”이라며 “초기에는 관리자를 배치해 공유냉장고의 취지와 목적 등을 교육하면서 자연스러운 나눔이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이용객들이 올바른 공유로 서로 나눌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에 힘쓰겠다”고 했다.

동구마을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사업 초기라 공유가 잘 이뤄지는지 판단하기엔 이른 시기”라며 “공유의 개념을 바르게 정립하고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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