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보도’에 이상직法 적용했다면/촛불도 없었고 문재인 정부도 없었다
[사설] ‘박근혜 보도’에 이상직法 적용했다면/촛불도 없었고 문재인 정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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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 사건은 언론이 시작했다. 이른바 연설문 대필이 단초였다. 질풍노도와 같은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기름을 부은 것도 언론이다. 경쟁적으로 박근혜 비리를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런 보도를 보며 더욱 분노했다. 박 대통령은 탄핵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세상이 조용해졌고 박근혜 국정 농단의 실체도 정리됐다. 많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가짜뉴스로 확인된 의혹들도 수두룩했다.

가짜뉴스에 이런 게 있다. 모 신문이 보도한 내용이다. ‘(단독) 박 대통령, 세월호 가라앉을 때 ‘올림머리’하느라 90분 날렸다.’ 실제 미용사가 머리 손질한 시간은 20여분 정도다. 박영수 특검도 “세월호 당일 머리 손질이 비교적 빨리 마무리됐다”고 확인했다. 오보다. ‘○○○ 와세다 콘서트 “청와대 섹스와 관련된 테이프 나올 것” 주장’(모 경제지). 어떤 근거도 없었고, 검찰 수사도 사실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오보다. ‘“최태민은 한국의 라스푸틴” 2007년 미 대사관 외교 전문’(모 방송). 미국 대사의 판단인 것처럼 보도했다. 사실은 한국 내 네거티브 양상을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이것도 오보다.

언론사별 보도 차이가 컸다. 비위 보도는 진보 성향 언론이 주도했다. 정치적으로는 당시 친야 성향이었다. 그들의 보도 방향은 옳았다. 권력 부패에 대한 당연한 견제였다. 언론사의 정치적 편향성은 지엽적 문제일 뿐이다. 많은 국민도 이런 보도에 격려를 보냈다. 가짜 뉴스보다 진짜 뉴스가 훨씬 많았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상황에 이상직법을 대입해 보면 달라진다. 회사 망할 보도가 된다.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피해액 산정을 언론사 매출과 연동했다. 피해액을 매출액의 최소 1만분의 1에서 최대 1천분의 1까지로 정했다. ‘허위 조작’의 근거는 작위적이다. 국회의원·고위공직자·대기업에는 제소권이 제한된 것처럼 표현돼 있다. ‘악의적 보도’에 한해서만 청구하게 했다고 한다. 말장난이다. ‘악의’의 판단 기준이 없다.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대기업에 든든한 무기가 될 게 틀림없다.

아주 쉬운 이해를 위해 ‘박근혜 사태’를 꺼냈다. 당시 보도에 이상직법을 대입해봤다. ‘올림머리 90분’ 신문, ‘청와대 섹스테이프’ 신문, ‘한국의 라스푸틴’ 방송…. 모조리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다. 매출의 1천분의 1까지 물어내야 했다. 한 건뿐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 줄 소송에 걸렸다면 그 배상액은 천문학적이 될 것이다. 다행히 이 법에 소급 효력은 없을 것이다. 촛불 가짜뉴스는 어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모든 언론의 현실이 될 판이다. 언론의 기본 정신은 뭔가. 진보인가. 보수인가. 아니다. 반 권력이다. 반 체제다. 권력자와 집권자에 대한 도전과 견제가 언론이다. 진보 정권일 때 보수의 목소리가 언론이고, 보수 정권일 때 진보의 목소리가 언론이다. 우리처럼 좌우 이념이 완전히 갈라선 언론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걸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이상직법이다. 비판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다음 정권은 어느 쪽이 될지, 이상직법 덕에 편해지긴 할 것 같다. 그만큼 국민의 눈과 귀는 닫힐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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