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IPA)가 ‘인천시 깃대종’의 하나인 흰발농게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영종도의 갯벌에 준설토 배송관 설치해 서식지 파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송관의 진동과 소음 등으로 흰발농게의 서식지 교란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배송관 위치를 옮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일 인천해수청과 IPA 등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인천항 제1항로 남측과 북측 구간의 항로 유지를 위한 준설량 832만㎥ 규모의 본격적인 준설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때 나온 준설토는 영종2지구에 있는 제2준설토투기장에 매립한다. 매립은 준설토를 바지선으로 옮겨 배송관을 통해 준설토투기장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 배송관 중 일부가 영종 갯벌 구간을 침범하고 있다. 시공사인 디엘이앤씨(DL E&C)와 흥우산업㈜은 현재 영종대교 밑 영종갯벌에 365m 길이의 배송관을 각각 설치한 상태다.
배송관은 1항로 남측구간 및 북항 항로 준설토를 옮기는 지름 1m의 배송관을 비롯해 1항로 북측구간의 준설토를 실어나를 지름 0.5m의 배송관 등 모두 2개다. 준설토는 이 배송관을 통해 1일 4차례에 걸쳐 총 6시간 동안 투기장으로 옮겨진다.
배송관이 놓인 영종 갯벌은 멸종위기종이자 인천시가 보호해야 할 5종의 깃대종 중 하나인 흰발농게의 최대 서식지다. 영종2지구 갯벌 393만5천㎡ 중 9만5천여㎡에 이르는 면적에 200만마리 넘게 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송관이 영종갯벌 위에 놓여 있어 준설토 이송 작업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흰발농게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등 서식지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송관의 진동과 소음이 사람에게는 큰 자극이 아니지만, 흰발농게는 사람보다 낮은 500㎐ 아래의 주파수 영역을 이용해 미세한 자극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흰발농게는 번식을 위해 땅을 두드려서 의사소통을 하고 짝짓기 등을 하는데, 이를 배송관이 방해할 수 있어 개체수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김태원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교수는 “흰발농게는 시각과 땅의 진동을 활용해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간다”며 “흰발농게가 배송관의 진동과 소음으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이는 곧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미세한 소음이라도 흰발농게 등 갯벌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도록 배송관을 설치하기 전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고 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처음 준설을 추진하면서 배송관이 흰발농게 서식지를 피하도록 계획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흰발농게의 추가 서식지가 나오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뒤늦게 인천해수청은 배송관이 영종 갯벌 위를 지나지 않도록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상태다. 배송관은 갯벌이 아닌 인근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사업 구역인 호안의 상부 도로 옆으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인천해수청과 IPA는 곧 시공사 등과 논의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다행히 아직 준설 전이라 배송관을 가동하지 않은 상태”라며 “흰발농게 서식지를 침범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배송관 이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