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시행 한 달…지금 중소기업은?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으면서 경기지역 중소기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이미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근무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임금 감소로 직결되며, 노동자들이 업계를 떠나는 등 우려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 5인 이상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인 만큼 제도 적용의 유예기간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시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시행 한 달이 지난 지금 업계에서는 연일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던 뿌리산업에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더 큰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만난 반월국가산업단지의 한 표면처리 업체 대표는 지난달에만 매출이 30%가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신규 인력 없이 근무시간을 단축한 상황에서 납품 수주량을 못 맞추면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리고 공장 가동 자체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부천오정산업단지에서 금형ㆍ사출기업을 운영하는 이기현 세이브엠 대표도 “어떻게든 기존 수주량을 맞추기 위해 직원을 충원하려고 했지만,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임금이 줄어 인력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 고작 한 달이 넘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가늠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KOSI 중소기업 동향 7월호’를 보면 지난달 300인 미만 제조업 종사자는 348만6천명으로 2018년 365만명에서 3년 사이 17만명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해 관련 종사자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아울러 근로자들의 근로여건을 위해 시행됐다는 본연의 취지가 무색할 만큼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불만과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도내 한 금형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38)는 “야근ㆍ특근 수당을 다 제외하니 평소 받던 월급에서 30%는 줄었다”면서 “근로자를 위한 법인데 근로자가 원하면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분개했다.

이와 관련 김종하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은 “코로나19, 대체공휴일 등의 문제가 겹친 상황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를 적용해 많은 중소기업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정책 결정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현실적인 정책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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