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칙 없이 갈팡질팡하는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국민의 88%에게 1인당 25만 원씩 나눠주는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갈팡질팡을 계속하고 있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국민들이 낸 혈세로 마련된 재난지원금을 개인 금고에 있는 돈 같이 원칙도 없이 마구 퍼주려고 하니 이렇게 재정을 운용해도 되는 것인지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는 처음부터 갈팡질팡하더니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원칙없이 흔들리고 있으니, 과연 얼마까지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정부는 당초 소득하위 70%로 계획을 세웠다가 여당이 확대를 주장해 80%까지 확대하더니 1인 가구를 더 주기로 하면서 88%로 결정돼 지난 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일부터 지급 대상 확인 과정에서 탈락자들의 이의 신청이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지난 10일 오후 6시까지 무려 6만5천건이 폭주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지급 범위를 90%로 늘리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판단이 애매모호하면 가능한 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함으로서 2% 확대를 뒷받침했다.

지급 대상이 2% 포인트 늘면 예산은 약 3천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소요 예산 3천억원의 조달도 문제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정부 정책이 여론에 의해 원칙 없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변하면 정책 신뢰성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미 국가 부채가 1천조원을 넘어가는 위험 수준의 상황에서 국가 예산을 정치인들 주머니 속 쌈짓돈처럼 쓰게 되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들이 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가진 재산을 고려하지 않고 건강보험료 납부 실적 위주로 하위 88%와 상위 12%를 가른 것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까지 마감된 국민신문고와 각 지역 주민센터 에 접수된 이의신청은 8만건 이상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급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소득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대상을 정한 데 따른 불만이 많아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국민들의 불만은 상당히 클 것이다.

원칙없는 지원금 지급에 따른 불만으로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이 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상당히 퇴색하고 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경기도에서 이재명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100%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국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혈세에서 지원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있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정책 결정에 있어 국민 여론은 존중해야 되지만, 정치논리에 따라 원칙없이 국민 혈세를 개인 금고같이 마구 사용하려는 주먹구구식 현금 뿌리기 정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원칙있는 지급 기준을 정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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