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세상, Today] 끊임없는 논쟁, 개(犬)는 가족인가 식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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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 개고기의 '불편한 진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지난 8월 동물권행동 카라는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의 야산에 있는 불법 개 도살장을 적발했다. 사진은 도살 전 철창 속에 갇힌 개의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계절이 바뀌면 옷도 달라진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관습일지라도 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거나 논란을 일으킨다면 다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개 식용’ 문제는 한국 사회가 풀어내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한 가지 눈여겨볼 역사의 흐름은 노예제도나 투견, 투우처럼 인간과 동물을 학대하는 관습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 역시 잔혹한 도살 과정에서 비롯됐다. 경기일보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끊임없이 논쟁을 일으키는 개 식용 문제에 대한 변화의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1. 불법 도살 ‘개고기’…모란시장으로 흘러갔다


27일 낮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의 야산. 남한강을 따라 펼쳐진 황금빛 들녘을 지나 산을 오르자 수풀에 가려졌던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린내가 진동하는 창고 형태의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개를 가둬놓는 이른바 ‘뜬장’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고, 벽면을 따라서는 가로ㆍ세로 1m 규격의 간이 견사들이 줄지어 자리잡았다. 옆 건물에는 도축시설에서 주로 쓰이는 공기압축기(에어 컴프레서)가 놓였고 각종 공구와 대야, 바구니 등도 발견됐다.

지난 8월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곳을 습격, 불법 개 도살 현장을 적발했다. 당시 산속으로 끌려왔던 개는 31마리, 이들에게 뿌려질 물이 대야에 가득 채워진 상태에서 전기 쇠꼬챙이로 도살이 진행되기 직전이었다. 냉동고에선 그간의 불법 도살을 증명하듯 수많은 개들의 잘린 발과 머리가 쏟아졌다.

이곳에서 개를 잡던 60대 남성은 지난해 12월 고양시 일산동구 설문동에서 불법 도살장을 운영하다 붙잡힌 인물이었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은 끝에 법원에서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같은 범행을 반복한 것이다. 더구나 여주 도살장은 다른 이의 토지에서 몰래 벌인 일이었고 건물마저 불법 건축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동물권행동 카라는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의 야산에 있는 불법 개 도살장을 적발했다. 한 활동가가 탈진 상태에 놓인 개에게 물을 주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이렇게 도살당한 ‘개들의 고기’는 어디로 갔나. 추적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대대적으로 정비했던 모란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모란시장은 국내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으로, 지난 1960년대부터 개고기 취급 업소들이 모여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모란시장 내 불법 도축시설을 정비하며 개고기 유통이 사라지도록 업종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 지사가 떠난 뒤로 업종 전환에 대한 지원은 모두 끊겼고, 현재 모란시장 내 개고기 유통 업소는 최소 21곳으로 파악됐다.
 

고양 도살장 운영하던 인물, 이번엔 여주
불법 도살한 뒤 도축시설 없앤 모란시장으로

도로변에 위치한 가게들의 유리 냉장고엔 개 형태 그대로의 ‘지육’이나 이빨을 드러낸 개의 두상이 전시돼 있었고, 1근에 8천원 또는 ㎏당 2만원대에 유통 중이었다. 건강원 외에 보신탕집에서도 지육을 거래할 수 있었으며, 상인들은 ‘7만원을 추가하면 조리까지 해준다’면서도 사진 촬영에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성남시 재정경제국 관계자는 “도축시설을 모두 폐쇄한 뒤로도 업종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개고기 유통이 계속되고 있다”며 “개고기는 현행법상 위생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유통 및 판매 금지를 강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개 식용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통해 유기ㆍ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뒤 “이제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과 2017년 대선 당시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하며 동물에 대한 애정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사저에서 토리, 마루, 곰이 등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그는 지난 2018년 유기견 토리를 입양했는데, 그해 7월 문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토리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 식용 반대집회에 데려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8월 여주 도살장에서 구조된 개들이 활동가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2. 달라진 시대, 멈춘 법…회색지대 ‘개 식용’


한국 사회에서 개고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른 건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신탕이라는 이름을 사철탕으로 바꾼 것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혐오감을 덜기 위해서였다. 이후로도 프랑스 유명 여배우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라고 비난하는 일이 있었고, 꼭 30년이 흐른 2018년 평창 올림픽 때도 개고기는 논란거리였다.

■반려동물 천만시대, 개는 가족이 됐다

한때 연 1천만마리 이상의 개가 도축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개고기 소비량은 연 150만마리 안팎으로 감소했다. 개고기 산업이 사양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과거와 달리 먹거리가 풍부해졌다거나 혐오 음식이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가장 크고 명확한 변화는 늘어난 ‘견주’의 수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638만 가구, 인구 수로 따지면 1천50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반려견 수에 대한 추정치는 602만마리로 집계됐다.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항목에 통계청이 ‘반려동물 현황’을 추가한 것도 개(혹은 강아지)가 가족의 일원이 된 사회적 흐름을 보여준다.

반려견과 식용견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사실상 같다.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지난해 12월 적발한 고양 도살장에선 골든리트리버, 시베리안 허스키 등이 발견됐고 지난 8월 여주 도살장에서도 잉글리시 포인터 등 품종견이 구조됐기 때문이다. 목줄을 찼던 흔적이 있거나 반려동물 인식칩이 내장된 개도 종종 발견된다. 도살장에서 죽어나가는 개와 품에 안긴 개가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지난 8월 동물권행동 카라는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의 야산에 있는 불법 개 도살장을 적발했다. 사진은 구조 전 철창에 갇힌 개들의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지난 8월 동물권행동 카라는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의 야산에 있는 불법 개 도살장을 적발했다. 사진은 구조 전 철창에 갇힌 개들의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개고기 갈등 부추기는 ‘낡은 법안’

개농장, 도살장, 개고기 시장 등 국내에서 개고기와 관련된 모든 것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간다. 축산법상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지만, 도살이나 유통 등의 과정을 다룬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개 사육장 등은 가축업에 대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회색지대에 놓였다.

아리송하게도 식품위생법으로 보면 개를 식품원료로 조리ㆍ유통하는 건 불법이다. 국내에서 섭취 가능한 식품원료를 규정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행정규칙에서 개고기를 동물성 원료인 축산물 식유류에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고기를 판매하거나 가공ㆍ조리ㆍ운반ㆍ진열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개고기 식용’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보신탕 등의 간판을 내건 가게들이 버젓이 운영될 수 있는 이유다.

식약처 축산물안전정책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개고기에 대한 유통이나 식용을 단속하기엔 법적 근거가 애매하고, 특히 개고기 식용은 사회문화적 측면이 강해 정부 차원에서 강제하기 어렵다”며 “지난 7월에도 농식품부와 개고기 문제를 놓고 회의를 진행했지만 지지부진한 터라 국회 차원에서 입법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동물권행동 카라는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의 야산에 있는 불법 개 도살장을 적발했다. 철창에 갇힌 개의 옆으로 전기 도살 전 뿌려질 물이 대야에 가득 채워져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회색지대 속 ‘간편하게’ 도살되는 개

현행법상 개는 식품원료가 아닌 탓에 도살이나 유통에 대한 기준이 없다. 그야말로 사각지대다. 결국 식용을 위한 개는 인간에게 편한 방식으로 도살되고 있다. 개를 물에 흠뻑 적신 뒤에 전기 쇠꼬챙이로 감전시키는 이른바 ‘전살법’이 대표적이다. 올가미로 목을 매달아 죽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 같은 도살법은 모두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등에 저촉되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대법원도 지난해 4월 전기봉으로 개를 도살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라 판결하며 “국제적으로 예를 찾을 수 없는 잔인한 도살법”이라고 판단했다.

최윤정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축산법은 개를 가축으로 보고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가축으로 보지 않는데, 이는 개를 사육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도살 및 유통하는 건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동물보호법이 잔인한 도살을 금지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경기도는 개농장과 불법 도축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초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개 식용 합법화 주장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초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개 식용 합법화 주장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육견협회 “개 식용, 법제화하자”

다만 일부 국민과 개고기 관련 업계에서 내는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개고기 식용을 법의 테두리 안에 들여 제도적으로 정비하면 된다는 것이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개를 가축으로 법제화하면 국민의 먹거리 안전도 지킬 수 있다”며 “담배도 금연구역이 있고 흡연구역이 있듯이,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식용을 금지하고 식용견은 철저한 위생 관리 속에 키우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찬반이 가장 크게 부딪히는 쟁점은 반려견과 식용견의 차이에 대한 엇갈린 시선이다. 앞서 적발됐듯이 일부 반려견, 유기견 등도 도살 현장에서 발견되는 만큼 ‘개는 모두 같다’는 게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측의 입장이라면 식용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개농장에서는 식용견만 키운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주 사무총장은 “여러 법령을 따져본 결과, 식용견만 키우는 개농장 운영에 대해서는 ‘무법’이니 사실상 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또 4년 전 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연간 7만t의 개고기가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개고기 식용은 개인의 결정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 여주 도살장에서 구조된 개들이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3. 국회 문턱 넘지 못하는 법 개정, 세계는 변화 中


허술한 법 체계로 개 식용에 대한 찬반양론이 계속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분위기는 명백하게 ‘반대’로 기울었다.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 620명(62%)이 개고기를 먹는 것에 반대했다. 또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는지 묻는 것에 대해서는 838명(84%)이 ‘없다’고 응답했다. 개 식용 금지 법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도 638명(64%)이 찬성했다. 특히 개고기를 소비하는 주 연령대인 중장년층에서 50대 62%, 60대 69%, 70대 68%의 찬성 비율을 보이며 오히려 젊은 세대(20대 60%)보다 법안 마련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단위로 봐도 마찬가지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이달 1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69세 남녀 2천명 중 78%가 ‘개, 고양이의 식용 목적 도살과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들은 지난 2000년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실린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1천502명 중 83%가 개고기 식용을 찬성했던 것과 비교해 국민적 인식이 큰폭으로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경기도가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 개고기를 먹는 것에 반대했다. 경기도 제공

세계적인 추세도 개 식용 금지를 향해간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가입국 182곳은 OIE의 위생 관리 기준에 영향을 받는데, 개 식용을 법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없다. 대만과 싱가포르, 홍콩 등이 개 식용을 금지했고 중국도 코로나19 발병 이후 지난해 4월부터 개를 가축에서 제외했다. 선진국의 척도로 평가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8곳 중에서도 개 식용 문화가 남은 건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대만의 경우 지난 1998년 동물보호법 제정 이후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가 늘어나며 개 식용 과정에서의 동물학대 문제가 대두됐다.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흐름이다. 이후 대만은 지난 2017년 개를 도살한 뒤 사체 또는 그 성분이 포함된 식품을 매매ㆍ식용ㆍ보유하는 것을 모두 금지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및 200만 타이완 달러(우리 돈 8천5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병과하고, 위반자의 이름과 사진 등을 공개한다.
 

세계는 '개 식용 금지' 흐름인데,

매번 국회 문턱 넘지 못하는 법 개정

우리나라도 움직임이 없던 건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선 ‘임의 도살 금지’ 조항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이번 국회 들어서도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지난해 12월 ‘개 도살, 식용, 판매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공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성남 모란시장에서 개 도축시설을 정비한 뒤로도 꾸준히 개 식용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 지사는 지난달 20일 고양시 동물보호센터를 찾아 “개 식용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할 큰 숙제이고 고민”이라며 “잔인한 학대와 도살, 비위생적인 사육환경, 식품으로서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유통구조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희준ㆍ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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