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불구 경제 악화-연정 붕괴..총체적 위기
(부다페스트=연합뉴스) 동유럽에서 탈(脫) 공산주의와 민주화를 위한 개혁의 선봉에 섰던 헝가리에서 '개혁'이라는 말이 가장 오염된 용어로 전락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세제, 의료, 교육 등에서 총체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2006년 총선에서 사회당(MSZP) 연정이 재집권할 때까지만 해도 위기의 경제를 되살릴 헝가리의 '토니 블레어'로 각광 받았던 쥬르차니 페렌츠 총리는 지금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고 그가 주창하는 개혁 메시지는 혐오의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것.
총선 승리 뒤 불과 몇 개월 만에 일어난 헝가리 사회당 정부의 이 같은 추락의 배경은 뭘까.
2006년 9월 총리의 당내 연설 테이프 누출 사건이 그 시발점이다.
쥬르차니 총리가 총선 승리를 위해 국가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한 내용이 담긴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정부는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었고 이후 헝가리 국민은 정부가 뭐라 말해도 믿지 않았다.
더욱이 이 상황에서 쥬르차니 총리는 국민이나 야당과의 합의 없이 강도높은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는 개혁을 통한 경제 회복 만이 지지도 회복의 길이라고 믿었지만 오판이었다.
공공 부문 구조조정, 법인세 등 각종 세금 인상, 대학 수업료 도입, 의사 왕진비 신설 등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도입한 각종 긴축 개혁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삶을 더욱 짓눌렀다.
개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그해 10월 공산주의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 사태로 번졌고, 정부는 지방선거와 의료.교육 개혁에 대한 국민투표 참패에도 불구하고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았다.
하지만 임기 2년을 남긴 사회당 정부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고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무엇보다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연맹(SZDSZ)이 연정에서 탈퇴함에 따라 사회당은 소수 여당으로 전락, 앞으로는 그나마 추진해온 개혁의 날개도 꺾이게 됐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 1989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가장 낮은 13% 수준의 지지도가 사회당의 현주소다.
개혁 추진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오히려 악화됐다.
국내총생산(GDP)의 9.2%에 달하던 재정적자가 5.5%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EU 최고 수준을 벗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성장률은 1.3%로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국가 채무는 GDP의 66%로 EU 회원국 중 4번째로 많았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헝가리의 유동성 및 외환 위기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힘들게 적자폭을 줄였지만 이는 2010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행정으로 얼마든지 쉽게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헝가리의 재정적자가 오는 2010년에는 다시 GDP의 6.5%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헝가리를 금융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분류했다.
경제 분석가들도 이미 정부의 편이 아니다. 애널리스트인 서버도시 크리스티안은 "쥬르차니 총리는 무리한 개혁을 통해 자신의 신뢰도를 하락시킨 것 뿐 아니라 헝가리 국민의 개혁 욕구까지 망쳐놓았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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