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 "간호사 됐어요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 "간호사 됐어요
  • 박혜숙 기자 phs@ekgib.com
  • 입력   2010. 12. 22   오후 2 :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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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슬·설·솔·밀
1989년 1월11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중앙길병원에서는 국내에서 두번 째로 일란성 여아 네쌍둥이가 태어났다.

황슬(21)·설·솔·밀이라고 이름이 지어진 이들은 강원도 삼척의 광산 노동자인 황영천(56)·이봉심(56)씨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밝게 자랐다.

그로부터 21년이 흐른 지난 2월 16일 오전 10시 인천 길병원 1층 로비에 숙녀 4명이 들어섰다. 이 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가 간호사가 돼 길병원에 첫 출근을 한 것이다.

양인순 간호부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원내를 돌아보는 햇병아리 간호사들의 얼굴에는 앞날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네 쌍둥이가 한 직장을 다니게 된 것도 놀랄 일이지만 이들과 길병원과의 인연은 남다르다.

21년 전, 이들은 하마터면 세상 빛도 못 볼 뻔 했다. 출산예정일에 앞서 갑자기 산모의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수소문 끝에 길병원을 찾아가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인큐베이터에서 자랄 네쌍둥이의 병원비와 산모의 입원비가 걱정이었다.

이길여 길병원 이사장은 “병원비를 받지 않을 테니 건강하게 치료받고 퇴원하라”며 황씨 부부의 근심을 덜어줬고 퇴원을 앞두고는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대줄테니 꼭 연락하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서로가 까맣게 잊고 살던 2006년 9월. 이 이사장은 우연히 사진첩을 정리하다 네쌍둥이와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18년 전의 약속을 떠올렸다.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찾은 네쌍둥이 가족은 용인에 살고 있었고 마침 네쌍둥이 가운데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수시 합격했으나 학비 마련이 어려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이 이사장은 이들 자매에게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천300만원을 전달해 18년전의 약속을 지켰고 “대학을 졸업하면 길병원 간호사로 뽑아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됐다.

3년간 네 명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 이 이사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네쌍둥이는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3년간의 학업과정을 마쳤고, 올해 실시된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되는 행운을 안았다.

네쌍둥이의 맏이인 황슬 씨는 “이길여 이사장님이 약속을 모두 지켰듯이 우리 자매들도 3년 전 이사장님께 약속드렸던 대로 가난하고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열심히 섬기는 가슴 뜨거운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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