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업체 최저가 ‘싸움’… 택배기사만 등 터지네

하루 평균 150곳 물량 소화 남는건 1건당 고작 800원…
전자거래↑…업계 ‘호황’ 불구 ‘출혈경쟁’에 생활고ㆍ운영난

택배기사김은식씨(43ㆍ가명)는새벽5시면집을나선다.자신에게할당된일일평균120개∼150개의물량을 소화하려면시간이부족하기때문이다.

게다가올겨울은유난히폭설과한파가잦아배송물량은넘쳐나는데반해도로사정은좋지않아시간이배이상소요되면서 밤 10시를넘겨서야일이 끝난다.

이렇게하루16시간넘게일을해도김씨에게떨어지는돈은고작배송1건당800원이채안 된다.여기에택배업체나중개업체와 계약된지입차로 배송 일을하고있어유류비와통신요금, 부가세 10%까지빼면한달 수입은200만원도채 안 된다.

김씨는 “어두울 때 일을 시작해 어두울 때 일을 끝내고 있지만 막상 손에 떨어지는 돈은 몇 푼 되지 않는다”며 “대형 택배 업체 간 고래 싸움에 택배기사들만 생활고와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택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홈쇼핑과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시장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수입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10일 택배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산업 규모는 3조8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7.9%(3조5천200억원) 증가했다.

물동량 역시 14억3천만개에서 15억4천400만개로 8%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택배 업체 간 저가ㆍ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평균 택배 단가는 2천362원으로 전년 대비 42원이나 떨어졌다.

수원 구운동서 H택배 영업점을 운영하는 장모 사장(49)은 “택배 단가가 유류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영업점 운영은 물론 150만원도 채 안 되는 직원 월급도 챙겨주기 힘든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지역 택배 영업점이나 택배기사들은 운영난과 생활고로 폐업을 하거나 택배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일이 힘들고 돈벌이가 안되니 1년 이상 버티는 택배기사도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택배업계 운영실태 및 애로사항’을 보면 응답한 300개의 택배업체 중 63.7%가 경영난을 호소했으며, ‘좋다’는 답변은 고작 3.3%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현재 택배 단가는 미국이나 일본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택배 업계나 종사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가 중재에 나서 현실적인 수준으로 최저 단가를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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