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SPECIAL] 지방선거 성적표

與野 ‘무승부’ 절묘한 표심 
교육감은 진보진영 ‘압승’

민선6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을 뽑은 6·4 지방선거 결과, 여야는 승자 없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새누리당은 경기·인천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전체적으로는 8대 9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판정승 했다.

반면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은 여당이 훨씬 많아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비해 새누리당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단체장은 경기 31명 중 새누리당이 13명·새정치연합 17명·무소속 1명으로 야당이 많았지만, 전국적으로는 기초단체장 226명 중 새누리당이 절반이 넘는 117명을 차지했고 새정치연합이 80명, 무소속이 29명 각각 당선됐다.

광역의원도 경기는 새누리당이 128명 중 50명(비례 6명)이 당선돼 78명(비례 6명)이 당선된 새정치연합에 뒤졌으나, 전국적으로는 789명 중 새누리당이 416명(비례 41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기초의원은 경기에서 376명 중 새누리당이 184명, 새정치연합이 182명으로 엇비슷하지만 통합진보당(1명), 정의당(2명), 무소속(7명)까지 포함하면 야당이 많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기초의원을 제외하고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에서 모두 민주당에 뒤지는 참패를 당했었다.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는 경기·인천을 포함, 17곳 중 13곳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돼 보수를 압도했다.

이처럼 팽팽한 선거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여야는 모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여야 모두 패배했다”는 자성론이 각 당 소장·개혁파 의원 등을 중심으로 나온다.

세월호 참사 악재속 ‘새누리당 선전’

지방선거 개표에 앞서 발표된 광역단체장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는 7대 10으로 새누리당 완패·새정치연합 완승이었다. 하지만 개표결과는 경기지사 선거가 뒤바뀌면서 8대 9로 나타나 새누리당이 일단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누리당은 경남·경북·대구·울산 등 4개 광역단체장 선거외에 무소속의 거센 도전을 받았던 부산시장 선거에서 서병수 후보가 승리해 영남 텃밭을 지켰다.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만 3명인 제주에서 원희룡 후보가 지사에 당선된 것과 안전행정부 장관직을 사퇴하며 출마한 유정복 후보가 인천시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현역 시장(송영길 후보)을 꺾고 당선된 것도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 여당을 기쁘게 한 것은 출구조사에서 2%p차로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에게 뒤졌지만 개표결과 0.87%p차이로 남경필 후보가 당선된 경기지사 선거였다.

여당은 경기지사 선거의 극적인 승리로 수도권 3곳 중 2곳을 차지, 서울시장을 야당에 내준 것을 만회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만 9명인 강원에서 새정치연합 최문수 후보의 지사 연임을 막지 못했고, 친여 성향으로 여겨졌던 충청권에서 충남·북지사와 대전시장, 세종시장 등 4곳을 모두 야당에 내주며 뼈아픈 패배를 당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참패를 면하고 선전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등돌린 험악한 민심을 감안, ‘박근혜 마케팅’을 통해 “한번 더 도와달라”며 ‘동정론’을 호소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세월호 참사로 정치를 더욱 불신하는 부동층을 향해 “정권이 흔들리면 나라가 어려워진다”고 주장, ‘안정론’을 강조한 것도 한 몫 했다.

이 같은 지방선거 결과로 인해 친박(친 박근혜)계는 일단 책임론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7·14 전당대회에 국회 최다선(7선)인 서청원 의원(화성갑)과 사무총장을 맡아 지방선거 밑그림을 그렸던 홍문종 의원(3선·의정부을) 등 친박계가 대거 출마하는 것도 지방선거 결과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는 데 기인한다.

하지만 초·재선 의원들의 평가는 이와 다르다.

‘박근혜 마케팅’ 자체가 당의 무기력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바꿀 것은 바꾸는 확실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당 ‘혁신연대모임’은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상 새누리당의 패배”라고 주장했고, 모임의 간사로 당권 도전에 나선 김영우 의원(재선·연천 포천)은 “새누리당의 선방이 아니라 당의 위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이 패배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부산과 대구에서 야권 후보들의 선전, 경기지사 선거 결과 2010년에 비해 표차가 크게 줄어든 점, 충청권의 완패 등을 지적했다.

당의 정책과 비전 제시 없이 박 대통령에게 의존하는 선거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가대개조’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정운영의 대대적인 변화,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이 크게 혁신하지 않으면 7·30 재·보궐선거 뿐만 아니라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도 위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경기 탈환 실패·인천 수성 좌절

새정치연합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9대 8로 새누리당을 눌렀음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는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패배 뿐만 아니라 광역단체장 선거 내용면에서 여당에 비해 크게 나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전남·전북 지사,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난하게 승리를 거두고, 충청지역 4곳(충남·충북·대전·세종) 싹쓸이, 대구에서의 선전 등은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다. 

하지만 텃밭인 광주시장은 윤장현 당선인 전략공천 내홍으로 안철수 공동대표가 올인하다시피 선거운동 지원에 나서야 했고, 강원지사 선거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겨우 1.6%p차로 최문순 후보가 신승을 거뒀다.

특히 아픈 대목은 경기·인천으로, 인천시장 선거는 현역시장인 송영길 후보가 새누리당 유정복 당선인에 무너졌고 경기지사 선거는 김진표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앞서 8년 만에 새정치연합이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다가 막상 개표결과 뒤집어져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세월호 심판론’을 내세워 2010년 지방선거 완승을 재연하려고 했지만 광역단체장 한 곳 더 이긴 것 만으로 ‘승리’라고 하기엔 미흡한 성적표다.  

만약 경기지사에서 승리해 방송3사 출구조사 대로 10대 7로 여당을 눌렀다면 ‘완승’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경기지사 선거 패배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특히 경기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31명 중 17명)와 광역의원 선거(128명 중 78명)에서 새정치연합이 과반 이상을 당선시키는 완승을 거뒀기 때문에 경기지사 선거 패배는 믿겨지지 않는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토로다.

당 일각에서는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패배에 대해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시장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중요한 경기·인천을 놓쳐 수도권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냈다는 이유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광주 전략공천, 당력 광주 집중으로 경기 인천 등지 효과적 지원 못한 게 패인”이라고 지적했고, 정청래 의원도 트위터에 “크게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이기지 못했다. 경기·인천 패배는 충청 승리로 위안삼을 수 없는 뼈아픈 대목”이라고 적었다.

우상호 의원은 진보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 주최 토론회에서 “광주의 전략공천을 비롯한 공천 잡음은 당 내부의 결집력을 약화시켰을 뿐 아니라, 지도부가 광주에 발목이 잡혀서 (경기·인천 등) 경합지역 지원전략을 초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세월호 심판론’과 관련, “세월호 국면에서 지나치게 안이했거나, 지나치게 몸조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당의 전략 부재를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해 7·30 재·보선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미니총선’으로 불리며 6·4 지방선거 연장전이 될 7·30 재·보선에서 펼쳐질 여야의 진검승부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글 _ 김재민 기자 jmkim@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전형민·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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