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 연락처 적어오면 ‘100건에 만 원’ 신규매장 오픈·부동산 홍보위해 수집
개인정보 새는데… 경찰 “처벌은 애매”
앳된 모습의 학생 2명이 주차된 차들 사이를 기웃거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있었다. 주차 번호판에 적힌 차주의 휴대전화번호를 확인한 뒤, 이를 옮겨적고 있던 것. 이들이 들고 있는 메모지에는 전화번호 100여 개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S군(16)은 “전화번호 수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라며 “번호 하나당 10원 정도 받는데, 학생 신분이라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용돈이라도 벌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용인시 기흥구 중동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도 같은 장면이 목격됐다. 한 학생이 차량 앞유리를 유심히 살피고서는 주차 번호판에 적힌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옮겨 적었다. 이 학생은 이후에도 여러 차량을 돌아다니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 차량 소유주의 휴대전화번호를 기록해 나갔다.
대형마트, 관공서, 아파트 등 주차장을 돌며 차량에 적힌 휴대전화번호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아르바이트가 미성년자(중ㆍ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특정 지역 내 대형마트나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에 적힌 휴대전화번호를 기록해 가져오면 보수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고 있다.
주로 인근 주민들에게 쿠폰이나 개업 소식을 알리려는 신규 오픈 매장 혹은 투자 정보를 홍보하려는 부동산들이 이 같은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있는데, 보수는 지역이나 업체에 따라 전화번호 1개당 10원에서 1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전화번호 수집 구인글을 올린 A씨는 “알바를 할 날짜와 시간만 협의한 뒤, 전화번호를 수집해 오면 120개당 1만 원을 지급한다”며 “주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운 중ㆍ고등학생들이 많이 신청한다”고 업무 내용을 설명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수집된 전화번호로 홍보성 문자메시지가 무작위로 발송되면서, 이를 수신한 이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전화번호만 수집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저촉되지 않아 단속 자체가 곤란하다”며 “해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을 근로자로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병돈ㆍ송승윤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