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진 택배 차량. 과연 범인은 무엇을 노렸던 것일까.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택배업을 하고 있는 박재구 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5시께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여느 때처럼 택배 배달을 하던 중이었다. 집집마다 배달할 예정인 물품들을 각동 앞에 내려놓고 아파트 단지 밖으로 차량을 옮긴 재구 씨는 배달을 하는 도중에도 자신의 차량이 멀쩡히 서 있는 것을 분명히 봤다.
그런데 배달을 끝마치고 나온 재구 씨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택배 차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 마지막으로 확인한 지 채 3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재구 씨가 급히 뛰어가 주변을 뒤져봤지만 어디에서도 택배 차는 보이지 않았다.
10년째 택배업을 하고 있는 재구 씨에게 차량은 소중한 생계수단이었다고. 차량 가격만 2천만 원이 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안에 있던 물건들이다. 차량에 실려 있던 택배 물품들 가격만 대략 3천만 원 정도였다.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 단지 내부를 비추고 있는 CCTV 화면에 수상한 남자 한 명이 포착됐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아파트 단지로 들어와 재구 씨가 택배 차에서 물건을 내리는 모습을 힐긋 쳐다보며 지나치는 의문의 남자. 그가 택배 차 절도범인걸까? 과연 차량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얼마 뒤, 절망에 빠져있던 재구 씨에게 기적처럼 한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함께 택배 일을 하는 직장동료가 재구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라디오에 제보했고, 이 황당한 이야기가 전파를 타면서 많은 청취자들이 차량의 행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차량을 도둑맞은 지 이틀째 되는 날, 결정적인 제보가 접수됐다. 서울 송파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문제의 도난차량을 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는 순간, 갑자기 도난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목격자는 그 뒤를 쫓았지만 차선을 가로질러 갑자기 유턴을 하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빠르게 달아난 차량은 얼마 뒤 용인의 구성역 근처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퇴근 중이던 한 운전자에 의해 다시 포착됐다. 그 역시 바로 신고를 했고, 경찰이 올 때까지 도난차량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라디오 청취자들의 연이은 제보들로 끈질기게 이뤄진 추격전은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이 용인의 한 마을에서 해당 차량을 확보하면서 마무리될 수 있었다.
벼랑 끝에 몰린 범인이 차량을 버리고 인근 산 너머로 도주해버린 상황. 그런데 연락을 받고 급히 차량을 확인하러 온 재구 씨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차량과 함께 도난당했던 3천만 원 상당의 택배 물품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것. 특이한 것은, 비닐 포장되어 있던 단 하나의 물품만 뜯어진 채였다는데. 범인은 왜 재구 씨의 택배차를 노린 걸까? 그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오늘(11일) 오후 8시 55분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순식간에 택배차를 훔쳐 달아난 의문의 남성에 대해 추적해본다.
장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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