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초등학교를 떠나며

허은애 <수원 칠보초등6>

이제 몇 달만 지나면 초등학교를 떠나게 된다. 더 머물러 있고 싶어도 머무를 수 없는 곳 바로 초등학교이다.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장난도 치며 보낸 지난 6년. 긴 세월을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생활했다.

기억이 난다. 어렴풋이. 지금다니는 학교는 아니지만 입학할 때 설레이던 마음이 처음 반 배정이 끝나고 교장선생님의 지루하고 끝이 없을 것 같던 기나긴 연설.

작년에는 그 추운날 언니, 오빠들에게 졸업식 노래를 불러주러 갔던 일 일어났다가 앉으면 도저히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워서 얼음장이라 느껴졌던 의자. 이제 생각하면 웃음이 피식 떠오른다.

태권도 겨루기 대회에 나간 것도 머리속에서 생생하게 떠 오른다. 처음대회를 나가 두리번거리다가 몸무게를 재고다시 밖으로 나갔다. 나는 밖에 왜 나가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는 밥이었다.

새벽에 나와 추운 곳에서 굶주리던 배를 꽉 채우기 위해서 였다.

두번째 대회에서는 새로 대회를 나온 친구에게 아는 척 하며 으스대고 막 뛰어다니며 놀던 일, 남자 아이들이 옷을 벗어서 바닥만 쳐다보고 얼굴이 빨갛게 홍시가 된 일 두경기 모두 메달 하나 따내지 못하였지만 나에겐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수학여행 때 크나큰 사건하나. 창문이 깨져 현정이 머리에 유리가 박혀서 아이들을 피해다닌 것. 이 사건의 가해자는 최홍규라는 1반의 남자아이 항상 장난치고 말썽 속에서 산다고 볼 수 있는 아이. 그 아이만 아니었어도 현정이가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6학년의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중학교로 들어가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니, 할머니가 되어서도 초등학교 때의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나의 소중한 초등학교의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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