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할(喝)!

/영담스님(부천석왕사 주지)

이제 2002년도 한 100일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이 100일의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엄청난 사건과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만큼 지금의 국내외 정세가 매우 불안하게 흐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호시탐탐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해 국제적인 압력과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후세인이 유엔의 무기사찰을 수용하지 않는 한 미국은 조만간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국제유가를 급등시켜 세계 경제 전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인들이 부시와 후세인의 선택과 결단에 노심초사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대선을 앞두고 대권주자들의 치열한 100일 혈투가 이미 시작되었다. 아직 태풍 루사로 인한 수재민들의 수해복구 지원 대책도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잠시 중단된 폭로전을 다시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남북관계는 빠르게 진전되면서 북한이 획기적인 정책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의주에 특별행정구를 만들어 자본주의제를 시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경의선과 동해선 비무장지대에 묻혀진 지뢰가 철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매우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속에 많은 국민들은 불안감과 다소의 희망감이 교차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최근 우리 사회 지도층이나 공기업 같은데 선 심히 우려되는 도덕불감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권력층에 대한 연예인들의 성상납 보도라든지 민영화를 앞둔 공기업이 임금을 36%나 인상한 일들이 그런 것들이다. 또 수백억원대의 도박을 즐기는 부유층들이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게 특혜대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신문 보도는 우리 사회의 모럴헤저드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할(喝)!. 지면에 이 소리가 들릴까마는 옛날 큰스님들께서 주장자를 내리치며 수행자들의 수행을 책려하기 위해 일갈한 소리가 할이다.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정신차리지 못하고 전쟁과 정쟁을 일삼고 공공재산을 사리로 채우려는 무리들에게 옛 선승들의 주장자가 힘차게 내리쳐져야 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