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소아과 의사로서의 자부와 바람
손병관(인하대병원 진료부원장)
귀한 신문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감사와 책임감을 느끼며, 의사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은 그 입장에서 무엇인가 이야기 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목을 택할 때, 소아과는 정말 들어가기 힘든 과였으나 수년 전부터 소아과는 수련과정이 힘들어 소위 3D과목에 속하는 과가 되었다. 다행히 최근에 소아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하며 또 모든 것은 반복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소아과를 시작할 때 다루었던 질병과 지금과는 차이가 많다. 그 때 많은 아기들의 목숨을 앗아간 디프테리아, 백일해, 일본 뇌염, 결핵성 뇌막염, 신생아 파상풍 등은 지금 거의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소아과 의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며 그 결과로 우리의 삶은 더 나아졌다고 자부한다. 오늘의 소아과 의사들은 다른 질병들과 싸우고 있다. 전에는 드물었던 많은 병들, 즉 각종 암, 선천성 대사 질환들 그리고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 비만이나 소아 당뇨병 등의 소아 성인병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도 대개 정복되리라는 소망을 갖는다.
돈 벌러 상경하여 집에서 아기 낳고 가위로 탯줄을 잘라 생긴 신생아 파상풍 아기 앞에 퉁퉁 부어 앉아 계시던 아기 엄마의 모습,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땅을 치며 후회하던 아빠의 절규가, 지금은 환자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교육해도 그대로 하지 않으시는 많은 부모님들의 모습에 대비되어 생각난다.
대부분의 병은 의사 홀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환자, 보호자, 의사가 같이 고쳐야 한다. 의사는 열심히 교육해야 하고 환자 측은 잘 따라야 한다.
누워서 젖이나 우유를 먹이면 안 된다고, 또 돌이 지나면 우유병은 떼라고 그렇게 강조하지만, 회진하다 보면 잠든, 돌 지난 아기의 입에는 그대로 우유병이 물려있는 것을 흔히 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내가 교육을 잘 못시키기 때문인가?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기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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