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생활속의 작은 축제

경기천자춘추/생활속의 작은 축제

올 가을은 예년보다 일주일정도 빨리 왔다고 한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800여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고 그중 대부분이 가을에 열린다고 한다.

축제! 뭐라 덧붙이기 이전에 축제란 흥겨운 것이고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우리가 축제를 생각하면 떠올리게 되는 느낌이기도 하다. 축제는 그래서 설레임이고 동경이다. 우리의 일상이 그처럼 흥겹고 즐거운 것일 수는 없는 것일까.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도시 사람보다 나름대로 삶을 즐긴다는 생각을 가진다. 때로 누가 주장해서랄 것 없이 마을 주변 개울에서 물고기를 천렵해서 만든 어죽(매운탕의 일종)으로 마을잔치를 벌인다. 막걸리나 소주 한잔씩 돌리고 나면 자연스럽게 마을 이야기도 나오고 이야기판이 벌어진다. 누구나 유쾌해진다.

도시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자칫 무료하고 권태롭게 느껴지기 쉽다. 흥이 나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예술을, 그중에서도 도자기를 업으로 해서 살아가는 사람인데 때로 그런 일상이 싫어지면 가까운 지인들과 조촐한 술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자동차문화가 일상화되면서 한편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가볍게 술한잔 하는 자리가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그만큼 각박해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느 시인은 술을 마신다는건 자신을 던지는 행위라고 했다. 물론 술을 마시게 되면 음주단속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고 그러자면 조금은 불편할 것이다. 그렇다해도 어쩌면 우리 이웃과 함께하는 작은 ‘축제’는 그런 불편함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술자리 말고도 그런 작은 축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공연장을 찾는다든지, 복지시설을 방문한다든지, 작은 모임에 참여한다든지, 방법은 여러가지 일 것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우리 주변 사람들과 함께 그 결실을 나누고 함께 즐기는 것, ‘작은 축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 삶의 여유이고 살아가는 이유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유승렬(안성문화마을원장·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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