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주병
국악(國樂)에 입문한 지 어느덧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국악이란 단어가 어색하고 거문고를 한다는 것이 웬지 자랑스럽지 못했던 1970년대 초가 엊그제 같은데….
처음에 동네 친구들이며 친지들은 나의 국악입문(국립국악고등학교 입학)을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소신이나 적성은 커녕 국악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국악고에 입학한 나도 생경한 국악의 이론과 실기를 접하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 길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나, 제대로 가는 길인가 싶어 중간에 포기할까 여러번 망설이기도 했다. 주변 친구들 또한 비슷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국악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많이 달라졌고, 나 또한 국악을 전공한 것을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어느 전국 국악경연대회의 심사를 맡아 보면서 이를 더욱 실감했다. 경연대회에 참가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가야금·거문고를 타고 피리·대금을 불고 장구·꽹과리를 치는 것을 보며 감탄을 했다. 연주자들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곡들을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훌륭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음악에 대한 교육과 인식이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
이는 우리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어지고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걸쳐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초등학생들의 얘기를 들으며, 그 어린 학생들이 마음놓고 악기를 즐기며 연주할 수 있는 사회적·교육적 여건을 제대로 만들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초창기 우리 음악을 할 때보다 30년이 지난 현재 많은 발전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아쉬움이 많다. 우리의 훌륭한 전통음악을 대대손손 후손에게 전해주고, 세계속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뒷받침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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