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애국심 콤플렉스

/서봉석(경기대 법학과 겸임교수)

현재 대선후보 중 한 사람이 자손의 국적 문제로 정치적 곤혹을 치르고 있다. 또한 얼마전 총리 지명자도 자식의 국적문제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되어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이는 우리의 국민정서가 국적을 바꾸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애국심 콤플렉스는 편협한 이기적 사고일 뿐이다. 진정한 애국심이란 맹목적적으로 한국국적을 고수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는 무엇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훌륭한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되면 나라를 위해 더욱 실질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기실 독일에 사는 동안에 동화를 거부한 이방인으로서만 존재한 나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된다. 당시 나는 지금까지도 우리사회의 의식? 淡?존재하는 애국심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었다. 현재 한국인들이 학업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제는 그들이 가능한 한 현지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동화되어야 한다. 영주권이나 국적이 필요하면 취득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 그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그것이 그 나라에 체류하는 목적에 성공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도 없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하려고 해도 할 능력이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국적 회복의 요건을 완화하여 한국사회에서의 동화와 참여도 쉽게 되어질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나는 맹목적적 애국심의 국민정서에 언론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많은 언론들이, 다른 나라를 수용하면 마치 내 나라를 배반한 듯이 몰아가고, 민초들은 이를 너무도 당연한 듯이 따라가고 있다. 이때 다른 의견의 개진은 국민정서라는 미명하에 은근히 협박받고 묵살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제 감정보다는 이성 그리고 국제시민의식에 눈을 떠야 한다. 선진사회에서는 이러한 무조건적인 애국심을 강조하면 오히려 미개한 사람으로 취급을 받고 배척된다. 우리가 국제사회를 인정하지 않고 어찌 그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나의 학문과 세계관은 독일유학을 통해서 매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할 것이다. 독일은 내게 있어서 국제시민의식을 일깨워준 제2의 조국이다. 나는 이제 꼭 한국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독일을 위해서도, 좀더 나아가 국제사회를 위해서 이익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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