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족함의 미덕

기고/자족함의 미덕

변화의 시대, 복잡한 시대, 디지털 시대, 정보화 시대 등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대를 표현하는 수식어의 다양함처럼 복잡한 현실을 살고 있다고 여겨진다. 또한 일반적인 삶의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한 처세 또한 단순하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다.

최근 들어 서점가에 시대적 환경을 배경으로 생존전략 및 처세술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처세술에 관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영역인가보다. 우리에게 알려진 처세술에 관한 오래된 서적으로 ‘채근담’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채근담은 총 360개의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잠언집인데 전편은 주로 냉엄한 현실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활의 지혜를 설명한 것이라면 후편은 유유자적한 마음으로 한가롭게 살아가는 즐거움을 얘기하고 있다.

채근담의 전반적인 내용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넉넉한 여유를 일깨워주는 반면 더불어 사는 사회생활 가운데 욕심과 과욕에 대한 경계의 말들이 자주 보이는 것을 들 수 있다. 말하자면 풍요한 현대인들에게 넘침도 부족함도 없는 균형이 잡힌 상태, 즉 중용의 미덕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성싶다.

채근담의 부분중에 ‘꽃은 반쯤 핀 것이 보기 아름답고 술은 조금 취했을 때 그 묘미가 지극하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한다면 보기 흉한 처지에 이르게 된다. 만족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마땅히 생각할 일이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따지고 보면 과욕으로 인한 병폐처럼 후유증이 무서운 것은 없다. 욕심 때문에 우리사회가 얼마나 많은 몸살을 앓아 왔고 또 앓고 있는가. 공직자의 욕심의 후유증에 따라 유사이래 국무총리 지명자의 인선에 따른 투표가 두번이나 부결되었으며 그 세번째 후임 지명자도 이런 저런 곤욕을 치르고 나서야 어렵사리 임명에 동의를 얻고 그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채근담의 욕심에 대한 지적이 새삼스레 아쉽고 과음이라지 않는 한잔의 술에 자족하고 반쯤 핀 꽃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에 대한 가르침이 새삼 그리워진다. 오래전부터 물욕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하기 위해 見物生心에 대하여 주의를 주어왔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삶의 소유에 대한 결과는 개인이든 단체든 과욕은 열병의 병폐처럼 부작용을 안고 있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 사상초유의 태풍과 집중 호우로 인하여 전국의 곳곳이 폐허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재해를 당한 이재민들의 주거형태가 파괴되어 아직까지도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렵다는 매스컴의 보도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번주 들어 전국의 기온이 급격히 낮아져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재민들의 생활이 걱정되는 이때 지나침을 경계한 채근담의 말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과욕이 없는 절제있는 소비의 아름다움과 자족함의 미덕을 얘기하고 싶은 까닭에서다.

강준희(용인대학교 대회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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