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평범한 삶의 어려움과 보람

/유승열(안성문화마을 원장, 도예가)

지역에 잘 알고 지내는 후배가 표정이 다르다. 얼굴 가득 기쁜 기색이 역력하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집사람이 아기를 가졌다고 한다.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다. 이 후배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그래서 은근히 아기소식을 기다리던 중임을 알고 있던 터라 나 역시도 진심으로 기쁜 마음이 들어 함께 즐거워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이제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첫아이를 가졌을 때 느꼈던 기쁨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나와 가장 큰 경사중의 하나가 어쩌면 부모가 된다는 것일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기쁨일 게다. 그 기쁨의 와중에 또한 적잖은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른으로 책임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아 가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 부모의 삶이 그러했고 내 삶이 또한 그러하고 내 아이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고 사람들의 삶이란 거의 비슷비슷할 것이다. 부모의 보살핌아래 한편으로 부족한 것이 많은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소박한, 혹은 설레이는 희망을 안고 어린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낸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첫 직장에 들어가거나 대학생활을 하면서 나름의 좌절과 삶에 대한 가치관을 갖게 되고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과 일생을 함께 할 배우자로서 언약하게 되는 시기가 대략 20대에서 30대초반의 나이가 아닌가 싶다. 그리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여 그 소중한 결실로 태어난 아이를 보면서 우리 아이에게는 보다 나은 삶을 물려주기 위해 애쓰면서 한편으로는 20살 시절의 꿈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나름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가 내 나이 30대 후반과 40대 초의 삶이 아닐까 싶다. 우리 부모의 삶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리하여 자식들이 자리잡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60대 이후의 일상에서 큰 행복을 누리는 것이 삶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 그것은 정말로 평범한 삶일 것이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큰 우환없이 자잘한 고통과 기쁨속에 하루 하루 살아 나가는 삶, 평범한 삶, 그런 삶을 욕심내며 살고 싶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