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 열 (한국미술협회 경기도지회장)
얼마전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어느 미술단체 전시회에 들렀다가 미술계 원로작가를 만났다. 오랜만이라 저녁식사를 하러 문예회관 옆의 만남의 장소 ‘예원’을 찾았다. 앉자마자 건네진 주문식단표를 보고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샤브샤브 2만2천원, 훈제오리요리 4만2천원…. 주머니 사정이 얄팍한 우리 예술인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고급스런 음식들만 나열돼 있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식단표 한 구석에 일반 음식점보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비빔밥·갈비탕·냉면 등의 대중음식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주변을 의식하면서 비빔밥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40분이 지나도 음식이 나오지 않아 종업원에게 다시 한번 부탁해야 되는, 값싼 음식을 주문한 대가를 충분히 치르고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음식점을 도망치 듯 나오면서 분노와 함께 서글픔을 느꼈다.
경기도 문화예술의 산실인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서쪽 주차장 자리에 1년간의 긴 공사끝에 ‘예원(藝園)’이라는 3층 건물의 음식점이 11월초에 들어섰다. 이 건물이 들어선다고 할때 많은 예술인과 시민들은 건물이 들어서면 서쪽이 막히므로 문화예술회관 전체 미관에 영향이 크다, 전시장 주 출입구 쪽에 건물이 들어서 통행에 불편을 주며 가뜩이나 비좁은 주차공간을 더욱 비좁게 할 것이다, 지하에 위치한 전시장 주출입구를 건물이 가려 그러잖아도 열악한 전시장 입구가 안보여 일반인들이 전시장을 찾기 어렵고 현수막도 안보인다, 건물을 문예회관에서 직접 건립하는 것이 아니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C호텔이 건립해 20년간 사용한 후 기부채납 한다니 특혜의혹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할 때마다 경기도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많은 문화예술단체들이 이곳에 상주하고 있고 이곳을 드나드는 도민들에게 만남의 장소라는 휴식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편의시설이며 부지선정도 C호텔 측에서 그곳이 아니면 수지타산이 맞지않는다고 해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명 아닌 장황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우리 예술인들과 시민들은 건물 신축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관계자 측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1년 동안 건축공사현장의 소음과 주차장 폐쇄로 인한 불편을 참고 견뎌왔다. 그런데 그 결과는 무엇인가.
이것이 예술인을 위한 만남의 장소이며 편의시설이고 대중음식점이란 말인가. 그곳엔 예술인은 별로 없고, 찾기 쉽고 주차장시설 좋은 덕에 부유한 미식가들만 붐비고 있다.예술인들은 오히려 값싼 음식점을 가기 위해 위축된 모습으로 그 앞을 지나 다니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개인음식점 개업식에 도지사 명의로 초대장을 뿌린 것도 비상식적인 일이고, 본래의 취지나 목적에 어긋나는 음식점 영업을 계속 하는데도 팔짱만 끼고 방관하는 경기도문예회관 측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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