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독감

/유승렬(도예가·안성문화마을원장)

3일을 꼼짝하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던 터라 감기도 잘 앓지 않았다. 그래서 독감예방접종과 관련한 방송이나, 독감관련 뉴스도 무심코 흘려 보내던 터였는데 뜻하지 않게 찾아온 감기는 나를 꼼짝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정말 지독하게 앓았는데 손하나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심하게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속에는 온통 일에 관련된 생각들이었다. 명색이 원장 직함을 가지고 있는 문화마을에 관련된 일, 개인전 뒤처리와 관련된 일, 새로운 작품에 관련된 일 등 이러한 일에 대한 과도한 신경과 더불어 개인전이다 뭐다 해서 몸을 지나치게 혹사시킨 것과,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부러워하는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전원생활에 대한 지나친 낙관으로 건강관리에 소홀한 것이 이번 독감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문화마을 주변에는 보건지소가 하나 있다. 그래서 그곳에 근무하는 간호사와 이야기 할 기회도 있고, 또 주변 지인중에도 간호사가 있어 간혹 이야기 할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피부로 와닿는 것이 건강함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었다. 사람은 건강할때는 그 건강의 소중함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어쩌다 병문안이라도 할 일이 생겨 병원을 찾을 때 느끼게 되는 것이 건강의 소중함인데 그 간호사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면 정말 우리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곤 한다. 그중 한 간호사가 ‘돈, 명예,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고,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에요’하던 말이 생각난다. 평범한 이야기인데 독감 뒤 끝에 떠올리는 이 말은 새삼스러운 감회에 젖게 만든다.

그런데 약의 도움으로 몸을 추스르고 나서 작품을 구상한다고 작업실에 앉은 나는 어느새 담배를 피워물고 있다. 맙소사! 몸을 던지는 것이 예술정신의 한 표현이라고 하지만 지금 내가 피워물고 있는 담배는 습관의 산물이상이 아니다. 건강할 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지 못하는 내 존재가 가지고 있는 나약함과 모순을 넘어설 때 아마도 나는 제대로 된 작품한점 내 가슴속에 그려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