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손 병 관

나이가 들면서 연말이 되면 즐거운 마음보다는 ‘왜 이리 시간이 빨리가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특별히 한 일이 없으면서 한 해를 보낸다는 아쉬움이 더 많다.

그러나 흐뭇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매스컴에서는 해가 갈수록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온정이 줄어든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지만 병원에 있으면 아무래도 평소보다는 이런 손길이 더 많아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연말이 좋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아기들을 위한 선물이 직원들에 의해 준비되기도 하고 사회단체에서 환자를 위한 위로금이 보내지기도 한다. 그것보다는 나이 어린 학생들이 병원을 찾아와서 자기들에게 있는 재주를 이용하여 환자를 위로하는 모임을 나는 더욱 좋아한다.

금년에도 초등학생과 중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음악 연주단이 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준비도 많이 했지만 어떤 학생들은 이 연주회를 위해 학교를 조퇴하고 왔다고 한다. 강당을 메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이들을 소개하면서 나는 사랑을 강조했다. 이들이 가지고 온 것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일 것이라고 말이다.

사랑이 전부라는 생각을 한다.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사랑이어야 하며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사랑으로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좋은 선생이 될 수 없고 아무리 의학적 기술이 좋아도 사랑이 없으면 좋은 의사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육체적 어려움은 물론 그에 따르는 정신적 아픔을 같이 보듬을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필자도 노력하고 있다.

연말에 사랑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모든 이들의 사랑이 점점 더 커지기를 기도한다. 그들의 사랑이 이 사회를 덮기를 바란다. 아픈 이들에게, 눌린 이들에게, 아니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그들의 사랑이 커지기를 소망한다.

이 즈음에 세상에 내려오신 예수의 본질이기도 한 그 사랑이 더 풍성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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