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북핵문제 TV토론을 보고

/이윤규(경기대 경영학부 교수

얼마전 모 방송국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북핵관련 TV토론을 지켜보았다. 민감한 문제가 자유스럽게 거론된다는 자체가 우리 사회의 성숙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자들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다하지는 않는구나 싶었다. 6·25전쟁과 월남전을 겪은 세대와 시민혁명을 주도한 세대와의 시각차 만큼이나 핵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한미공조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매우 컸으며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도 차이가 났다. 물론 모두가 진정으로 이 나라를 걱정하는 충정에서 발언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가장 극단적으로 보면 남북한이 통일하고 핵도 보유한다면 주변 강대국들 눈치 볼 것 없이 경제강국, 군사강국이 될 것이라는 논리가 있을 수 있고, 한편으로 미국이 필요한 우방이고, 민주시장경제의 유지가 절대생존의 조건이라면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가서 군사비 절감과 경제발전, 영어교육, 민주제도의 고수라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양쪽 모두 가끔씩 술자리에서 나오는 극히 위험하고 자조적인 궤변들이다.

이러한 부류의 극단적인 논리의 대립이 아직도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은 말조심하는 토론자들의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으며, 우리사회가 극좌와 극우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TV토론에서 어떤 토론자가 사대주의 외교가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하며 미국에도 그러한 자세를 취해야한다고 시사했는데, 이를 실리주의 외교라고 표현할 수는 없었는지. 우리 민족은 영원히 사대주의적 외교로만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감상적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는데 민족은 원래 감상적이고 운명적인 것이 아닌지.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왜 통일을 해야하는 것인지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평화공존하면 되는 것이지 구태여 통일을 위하여 막대한 경제적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너무나 궁금한게 많다. 새해에는 이러한 의문들이 대화를 통하여 가장 민주적으로 풀리기를 기대해본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