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훈(시인)
영화 쿼바디스에서 나오는 쿼바디스 도미노를 풀이하면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라는 말이다. 기원 후 1세기 로마 제국의 박해를 받던 초기 기독교의 예수의 수제자인 베드로가 네로 황제의 박해와 순교의 현장을 잠시 피해 로마를 빠져나가다가 만난 예수에게 ‘쿼바디스 도미노?’라고 물었다는데서 유래되었다. 지금도 이탈리아 로마로 들어오는 길의 카타콤베에는 그 말을 따서 도미노 쿼바디스라는 성당이 기념하고 있다.
쿼바디스를 통하여 신이 인간을 버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하는 물음에서 현재 우리의 종교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반문해야 할 때다. 종교계가 내놓는 각 종교 단체들의 통계를 보면 소속 종교인의 수가 전체 총인구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통계와 무관하게 그 숫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 기독교와 불교 등에서는 해마다 많은 종교 지도자를 배출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세상에 나아가 사랑과 자비를 가르치고 실천할 때 당연히 우리가 살고 있는 척박한 땅이 비옥해 져야 하지만 각종 범죄와 윤리적 타락의 정도는 극에 다다르고 있다. 문제는 종교가 사람들로 하여금 곱게 포장한 말로 다가서고 있고, 사람들은 말 잘하고 혹은 말뿐인 종교에 식상해 져 있다. 각 종교계가 내놓는 통계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과열양상으로 신빙성이 떨어진지 오래 되었고 교회와 사찰은 신도잡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거기다가 종교 단체가 재력이 생기고 비대해 지면 그것이 개인 재산에 귀속되어 있는 것처럼 자식들에게 세습 해주기 위하여 분쟁을 겪는 종교 지도자가 적지 않다. 얼마 전에는 옥상에서 자신의 교회를 홍보하려고 만원짜리를 뿌린 목사에게서 현재 종교계의 주소지를 단편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 옛날 살았던 공룡이 멸종된 것은 그들의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초기에는 작았던 몸집이 쥬라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들의 몸집이 너무 비대해지고 종류도 분화되면서 지금으로부터 약 6500만년 전인 백악기말에 이르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갑자기 지구에서 전멸한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종교 역시 힘이 너무 커지고 분화되어 졌을 때, 내부적인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종교 본연의 자세가 흔들리고 세속화되어 버린다.
고려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불교도 고려 후기와 조선 초기를 맞으면서 쇠퇴하게 된 것도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회복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음을 역사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인간은 그 본성이 지극히 종교적이기 때문에 없어질 수도 없고 멀리 해서도 안 되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되어야 한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종교의 확장과 전파는, 말보다 먼저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불특정다수의 이웃들에게 희생과 봉사로서 실천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결국 모든 종교적 문제는 유보되어 있고, 종교의 장래 또한 종교인에게 넘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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