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뭐하면서 놀았니?’이랬던 대화가 ‘넌 문제집 몇 권이나 풀었니?’로 변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신나는 방학이 사라지고 있다. 평소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취미생활과 봉사활동 등으로 보내야 할 방학이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 과외, 특기교육 등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어린시절 필자는 여름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얼굴이 까맣도록 산과 들을 누비며 곤충채집을 했고 겨울에는 썰매를 타거나 편을 갈라 눈싸움을 하곤 했다. 이밖에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여행을 다녔다. 그 당시 공부는 방학생활의 중심테마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 자연을 찾는 대신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종 학원차에 몸을 맡긴다. 미술이나 악기 실력도 일정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또 가족끼리 오붓하게 여행을 떠나려 해도 학원공부에 지장을 줄까 선뜻 나서질 못하는가 하면 일부 지방학교는 방학을 이용해 서울 명문학원으로 원정 입학하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흔히 동일한 취미를 갖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마니아라고 부르는데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컴퓨터 게임 축구 보드 자동차 만화 등 다양하다. 마니아가 되면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규칙적으로 즐긴다. 무조건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나름대로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들이 마니아가 되는 데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 부모의 조언이나 격려가 지적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공부마니아가 되기를 요구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잭 웰치 회장은 ‘정보화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한 대응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응능력은 혁신적인 문화를 체질화 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획일적인 교육방식과 단조로운 경험으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앞으로는 어른들이 공부가 만사라는 생각을 버리고 방학동안 아이들이 맘놓고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 다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넉넉해진 아이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는 일이 남아있다.
/전 미 희 프리랜서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