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대보름의 방액(防厄) 민속문화

오는 2월 15일(음력 1월15일)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시명절의 하나인 정월 대보름으로 상원(上元)이라고도 한다. 농사철을 앞두고 설날 시작한 축제를 마무리짓는 고유 명절로 개인별로 또는 마을 단위로 한 해의 길흉을 점치고 나쁜 운수를 막기 위한 방액(防厄) 행사를 갖는 것이 큰 특징이다.

작은 보름이라 불리는 1월14일부터 큰 보름이라는 1월15일까지 이어지는 민속에는 귀밝이술(耳明酒), 부스럼을 예방하고 치아 건강을 기원하며 피잣·호두·밤 등을 깨물어 버리는 부럼(咬瘡果), 오곡밥과 아홉가지 묵은 나물 그리고 약밥, 흰쌀밥을 김 또는 참취나물에 싸먹는 복쌈, 열두개의 다리를 건너 열두달의 액을 막는다는 답교놀이, 연 실 끊기, 동전 한 잎과 함께 버리는 호로병, 달맞이와 불놀이, 조밥을 흰종이에 싸서 물고기에 주어 액을 면하는 어부슴(魚鳧施) 등 많은 종류의 방액(防厄)이 행해진다.

또한 달의 희고 붉음 보기, 소밥주기(찰밥과 나물), 윤월(潤月)놀이(수수깡을 세로로 잘라 12개의 구멍을 내고 콩을 하나씩 넣고 상대방의 것과 마주 대고 짚으로 묶은 후 하룻밤을 물 속에 넣었다가 불고 불지 않음을 보아 그 달에 비가 내리고 가뭄이 드는 것을 점치는 행위) 등을 통해 풍흉(豊凶) 또는 홍수와 가뭄을 점치고 1년 농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농경생활의 순환 속에서 농사주기에 맞춰 발전해 온 우리의 민속명절 가운데 한식·단오·유두·백중·동지 등 많은 부분이 쇠퇴하거나 사라지고 있지만 설날, 추석과 함께 정월 대보름은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 해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사람의 마음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보건 위생수준이 높아지고 의학이 발달된 21세기에 이러한 방액(防厄) 민속이 효과가 있다고 믿을 수 없지만, 전 국민이 똑같은 민속을 행함으로써 공동체의식을 높일 수는 있을 것이다.

농경사회가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로 변화한 만큼 5천년 역사를 뒤돌아보며 앞으로 온 겨레를 공동체로 엮어 만년을 지속할 새로운 민속문화를 전승하고, 창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 봉 현 경기도 기획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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