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인간이 인간을 부정하는 전쟁

성직자로서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꺼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혹시나 있을까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미국에 의한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고 평화를 위한 국제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둔감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 하고 가야겠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전쟁은 약소국의 땅이나 재화를 빼앗기 위한 강대국의 집착에 의해서 일어났다. 미국은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의 테러에 대한 보복을 위해 이라크를 공격해야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진짜이유는 석유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한다. 이라크의 석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10%나 되고 질도 우수하다고 한다. 그것을 미국이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부시가 석유상이었던 것은 물론이고 부통령 딕 체니는 원유개발회사의 회장을 지냈으며, 에너지 주무장관, 그리고 여러 각료급 인사들이 에너지업계와 얽혀 있다는 것을 보면 그 속내도 짐작이 간다. 어떤 사람들은 부시행정부를 ‘석유행정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쨌든 미국의 이러한 집착과는 달리 미국을 지지하는 나라는 유엔에서도 불과 영국, 이탈리아 등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15일에 열린 ‘국제 반전의 날’에 영국런던에서 200만명이 모인 것을 위시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1천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평화를 위한 집회를 가졌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공격에 인간방패가 되기 위해 이라크를 향해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인간방패가 된다는 것은 결코 사담 후세인을 지지 하기 때문이 아니다.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말 그대로 살신성인의 정신이다.

전쟁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인간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전쟁의 후유증도 상상을 초월한다. 엄청난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게 되며, 설혹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그 정신적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이별을 겪었으며, 얼마나 많은 어린아이와 여자들이 능욕을 당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랑의 길을 떠돌았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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