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개혁정책과 시스템적 사고

기업의 시장 진입행태에 관한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선발제품의 성공률은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이며, 더욱이 선발기업의 10% 정도만이 해당 제품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나머지는 후발기업에 추월을 당하였다.

이는 선발사업은 만약 성공한다면 높은 수익이 보장되지만 안정적인 성공에 이르기까지에는 너무나 많은 위험요소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본의 마쓰시타(松下)는 철저하게 2등 전략을 고수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위험을 피하고 제품구성을 다양하게 하면서 제품의 품질향상과 원가절감에 주력한다. 이러한 2등 전략은 경영학에서의 시스템적 접근방법이나 차선(次善)이론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개별 시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것이 반드시 전체 시장에서의 최선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개별 부문에 있어서는 차선책이지만 시스템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최선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 차원의 정책분야에서는 한 가지 목표만을 추구하는 것이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한다. 우리 사회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부문이 함께 움직인다. 치밀하게 계획된 정책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의외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령 교육부문의 개혁정책이 경제부문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교육부문에서 성공한 정책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제 참여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이전과는 근원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들이 제시되고 새로운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혁을 강조하는 여러 정책과 운용방식은 해당 부문의 최선만을 고집하고 선발자의 시장위험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록 개혁성이 낮은 차선의 정책일지라도 함께 잘 어울린다면 결과는 오히려 최선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국가시스템의 경영에 있어서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한 송이 꽃보다 보통의 여러 송이 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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