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봄의 길목에서의 단상

따스한 봄의 길목에서, 출근길 아파트 정원에 겨우내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앙상한 가지에서 꽃을 피어내는 목련을 보면서 어김없이 올해도 봄이 곁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자연하면 흔히 ‘약육강식’이다 ‘적자생존’이다 하는 자연의 법칙을 떠올리는데, 자연과 생명현상에 대해 가장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과학적 설명을 제공한 다윈을 비롯한 진화론자들에서 나온 개념들로, 먹고 먹히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보면 남보다 월등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이 세상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의 법칙과 현상 속에서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시각으로 자연을 보고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벌, 개미 등 곤충들을 연구하는 어느 생태학자의 글을 보면, 곤충들은 이 지구 생태계에서 숫자로 가장 번성하는 성공한 생물이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움직여 다닐 수 없는 식물을 위해 대신 꽃가루를 날라주고 그 대가로 곤충은 식물에게서 꿀을 제공받음으로써, 이 지구 생태계에서 개체 수, 분포 및 비중으로 보아 가장 막강한 곤충과 식물의 두 생물군들이 서로 싸우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가운데 생태계의 조화를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자연계의 생물들에게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상대방을 제거하거나 물리치는 것만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과 자연계에서 무모한 약육강식의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생물들보다는 상대방과 더불어 생태계 속에서 공존하는 생물들이 우리 곁에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공존의 지혜를 실천하고 살아가는 벌, 나비, 개미, 꽃, 식물들. 이러한 자연계 생물들의 조화로운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의 향연이자 축복으로서, 오늘날 지구촌에서 전쟁의 포화가 휩쓸고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무모한 경쟁과 이기심, 이로부터 생겨난 여러가지 난관으로 어지러운 세상에서의 우리네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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