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얼마 전 장난감 가게 앞을 지날 때였다. 내가 보기에는 별것도 아닌 장난감을 놓고 아버지와 아이가 진지하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작은 일에도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보기만 해도 흐뭇한 그 모습을 보면서 지난 3월 중순 도의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생각하니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3월 21일 경기도 의회에는 “주한 미군 한강 이남 재배치, 주한 미군 철수 및 북한 핵 반대 결의문”이 상정되었다. 세계평화 및 한반도의 평화 실현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결의문이 통과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회의를 방청하게 되었다. 모의원이 찬성발언을 하자 ‘미군평택대책위’ 모 위원장이 이를 비난하면서 퇴장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반대 발언이 진행되자 다수의 의원들이 퇴장하고 이어진 비상식적인 행동들로 지금 시민단체들은 분노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내 의견과 다를지라도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토론의 기본자세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날 도의원이 보인 추태들은 많은 연설과 토론을 거치면서 도의원의 자질을 시민들로부터 검증을 거친 사람들이라고는 볼 수 없으리라. 그런데도 그들은 오히려 방청시민단체회원들을 집단 고소를 하겠다고 하는 상태다.

이것은 자신들을 시민의 대표로 그 자리에 앉게 해 준 시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기는커녕 군림하고자 했던 저의로 밖에 볼 수 없지 않은가. 또한 ‘효순이·미선이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2월, 경기도에서는 이 사건으로 외출, 외박이 금지된 미군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문화공연을 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였다. 한술 더 떠서 도의회에서 이번 사태가 일어난 것은 그들이 지역민을 대변하지 않고 자신들이 속해 있는 당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면 무엇이 우선인지를 그들은 망각한 것이라 볼 수 밖에 없다.

일련의 이러한 불상사를 보면서 시민의 대표를 선출한다는 것에 회의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장난감 하나를 사면서도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권은수(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안양 여성의전화 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