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고위공직자들이 지급받는 직책급 업무추진비가 연간 3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전국의 고위 공직자들이 지급받는 직책급 업무추진비를 가늠해보면 그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직책급 업무추진비가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시책업무추진비와는 다르게 개인의 월급처럼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수처리가 생략되는 것은 물론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내역마저 공개되지 않는다. 관련 공무원은 ‘관례’라고 주장할 뿐 뚜렷한 이유를 못댄다.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관례’라는 이유 아닌 이유로 영수처리도 없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기본 지침’에 의하면 직책급 업무추진비는 ‘당해 직무수행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월정액으로 지급되게 되어있다. 또한 감사원의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 의하면 모든 업무추진비는 영수증을 첨부하게 되어있다. 따라서 고위 공직자들의 직책급 업무추진비도 당연히 영수처리 해야한다. 영수증 처리도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면, 이는 예산을 횡령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모든 공무원들에게는 각 직급에 따라 월급에 직급보조비가 지급되고 있어, 고위직 공무원들이 영수처리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직책급 업무추진비는 2중으로 월급을 수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들은 업무추진비는 업무와 관련되어 사용하는 경비이기 때문에 영수증 처리는 물론 사용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목을 정해 놓고 예산을 편성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예산집행을 막아 혈세 낭비를 막자는 것이다. 따라서 세목이 업무추진비인 이상 직책급 업무추진비도 영수처리는 물론 사용내역이 국민들에게 공개돼야한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모든 행정기관은 직책급 업무추진비와 관련된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예산이 규정을 위반해 사용된다면 국민들은 공무원과 행정을 불신하게 된다.
불투명한 업무추진비 사용으로 국민이 갖는 갖가지 의혹은 국가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굳이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없더라도 행정기관 스스로 자발적인 자정과 문제해결을 통해 신뢰받는 행정기관으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
/박 길 상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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