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아는 것만큼 보인다

수원에 와서 근무하면서도 왜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수원시장의 배려로 판사들이 단체로 화성을 순례할 때 자원봉사자로 나온 공무원의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들으면서 새삼 성곽의 작은 것 하나 하나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성곽 위를 빙 둘러가며 3개조로 나란히 뚫려있는 구멍중 왜 가운데 구멍은 밑을 보게 하였는지, 군데군데 튀어나온 성곽 부분(치)이 치밀한 과학적인 계산하에 설치된 것이며 고대 성곽보다 성벽의 높이가 낮은 이유, 중요 부분에는 벽돌로 한 이유 등등…. 그리고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결정적인 이유는 성벽 설계부터 기초공사, 마무리까지 인력·장비·자금 등 화성 건축에 관한 모든 것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기록한 세계 유일의 성이라는 것이었다.

그 이전 목포지원에 근무할 때도 근처 문화유산을 둘러보곤 했다. 처음에는 수많은 문화유산중 하나로만 생각하며 보다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중 맨 처음에 나오는 ‘남도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는, 다시 그 책을 옆에 끼고 유 교수의 답사 여정을 그대로 따라 돌면서 책 한번 보고 유적 한번 보고 하는 동안 남도 문화유적이 이렇게 아름답게 나에게 다가올 줄 몰랐다. 유홍준 교수도 그 책에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썼는데, 과연 그 말을 남도 문화유산을 돌면서 실감했고, 화성을 돌면서 다시금 실감했다.

아는 것만큼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만큼 우리 문화유산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화성에서 나아가 화성 행궁, 융건릉 등의 유적뿐만 아니라 사도세자의 애달픈 죽음과 지지대 고개에서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정조의 지극한 효심을 이해하게 되었고, 왜 수원을 효의 도시로 정하였는지도 공감하게 되었다. 또한 내 주위에 화성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기회 있으면 설명도 해주고 또 여러 사람을 화성으로 초빙하여 같이 성곽을 돌면서 설명해주다 보니 나도 문화유적 가이드가 된 기분이 들었다.

요즈음 이라크의 소중한 문화유적들이 약탈된 것에 분노하면서 새삼 해외로 빠져나간 우리의 많은 문화유산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한다. 그동안 우리가 조국 근대화에만 매달려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우리들 하나하나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문화유적들에 대해 조금씩 깨우쳐 나가다 보면 어느날 우리도 문화를 사랑할 줄 아는 1등 문화국민이 되지 않을까.

/양승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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