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그리고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사실 일년 사시사철 가정은 소중한 것이지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애틋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참으로 좋은 달이다.
필자의 5월 첫날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무의탁 어르신 돕기 자선음악회 ‘사랑이 머무는 곳에’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음악회는 이천에 있는 노인복지시설인 평안의 집에서 주최했고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채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계신 무의탁 어르신들에게 우리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음악회였다. 그리고 자선음악회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이 다름 아닌 무의탁 노인을 돕는데 쓰여진다는 점이 더욱 매력있는 음악회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악가인 바리톤 오현명 선생님과 테너 신동호 선생님 그리고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와 아버지합창단 등 많은 사람들의 연주는 5월의 첫날밤을 온통 감동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무대를 가득 채우고 깊고 풍부한 선율과 차분히 안겨드는 부드러움은 천상의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맑고 고운 소리는 새롭고 넉넉함이 있었다. 닫혔던 가슴의 빗장을 열고 마음 설레게 하는 싱그럽고 소중한 선율에는 기쁨과 희망의 물결이 가득 넘쳐 흘렀다.
오현명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명태’라는 가곡에서 이 몸뚱아리 부서져 술안주가 되어도 좋고 시(詩)가 되어도 좋다는 메시지는 오직 자식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그 어려운 시기를 살아오셨지만 지금은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는 무의탁 어르신들과도 같은 처지를 시사하는 것 같아 가슴이 저려왔다. 참으로 뜻있고 소중한 음악회였다. 그리고 공연장에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아직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고 든든한 마음 감출 길이 없었다.
계절의 여왕 5월이지만 세상살이는 계절에는 걸맞지 않은 듯 하다.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들 한다. 요즈음 세상살이가 그만큼 힘들긴 힘든 모양이다. 그러나 절박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때 우리는 희망을 찾을 수 있고 신비한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마음껏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분위기에 순응하고 새로운 전기를 만드는 일은 바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달무리가 보이면 바람이 불고 주춧돌이 물기에 젖어 있으면 비가 오는 법이다. 주춧돌이 젖어 있는 것을 보며 남보다 먼저 우산을 준비하는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슬기이자 지혜다. 원래 절망의 문턱을 가본 사람이 희망의 문을 향해 힘차게 솟구쳐 오를수가 있다고 한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시각, 미래에 대한 비관보다는 낙관론이 필요하다.
수원 미술관에서는 치매미술치료협회가 주관하는 미술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해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어린아이들과도 같은 천진난만함이 새록새록 묻어 나오는 그림들을 보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도해 보았다. 이러한 가운데 어버이날에는 돌보는 사람 없이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도지사 공관 뜨락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는 위로행사가 펼쳐졌다. 이 날은 때마침 부처님의 가호(加護)와 가피(加被)의 묘력이 함께 한다는 석가탄신일이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너무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콧등마저 시큰해지기도 했다. 아흔이 넘으신 어르신은 평생 가장 기쁜 날이라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어려운 우리의 어르신들을 위한 몸짓은 아무리 강조하고 실천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사랑이 머무르는 곳에 우리 미래의 꿈과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가정의 달 5월을 가정의 달답게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속에 신록의 싱그러움과 풀꽃향기가 가득 넘쳐 흐르고 있다. 5월은 우리 모두에게 가정은 바로 우리의 사랑이 머무르는 보금자리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참으로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다.
/홍승표.시인,道가정복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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