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축구를 한차원 끌어올려 세계를 놀라게 한 히딩크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대화를 강조해 왔다.
감독 자신과 선수들 사이의 격의없는 대화는 물론 선수들 간에도 말을 많이 해야하며, 운동장에서는 대화를 통한 의사교환이 창조적이며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위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경직되기 쉬운 선·후배 관계에 변화를 시도해 선수들과의 열린 대화를 꾀했으며, 경기중에는 시끄러울 정도로 쉴새없이 대화를 주고받아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 생각을 전달하도록 요구했던 것이다.
10여년전, 안전관리 현장에서도 바로 이 대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된 적이 있다. 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지고 배가 가라앉고 가스가 폭발하는 등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을만큼 대형사고들이 줄이어 발생했던 90년대, 우리는 그 원인이 주로 안전불감증이나 도덕 불감증, 위기의식 부재로 비롯된 부실시공과 부실관리에 있었다는 것을 잘안다.
그런데 당시 학계 일부에서는 각종 대형사고가 기술적인 하자보다는 이 기술과 정보를 활용해야 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것도 사고의 근본적이고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던 기억이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업장과 관련된 구성원들간 커뮤니케이션에 틈새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성수대교의 문제점을 현장 관리 책임자가 알고 있었으나 최고 책임자인 서울시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것이 그 예이며, 안전담당자들이나 직원들이 인지하고 있던 삼풍백화점의 문제점 또한 그 심각성이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점도 구성원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에 틈새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대구 지하철 도시가스 폭발사고 등이 모두 현장 실무자들간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현장에 나타난 문제점과 위기에 대한 인식을 상하, 전후좌우 조직 구성원들에게 지체없이 알려 효과적으로 대처케하는 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는 풍토조성이야말로 축구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안전문화 조성에도 벤치 마킹 해야할 일이 아닐까.
/박영권.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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