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은 제48회 현충일로 오전 10시 정각에 전국에서 울리는 사이렌에 맞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었다. 1분간의 사이렌 소리는, 초 여름을 알리는 더위와 함께 서민들의 허허로운 마음을 더욱더 짖누르는 불투명한 경제 및 정치지표, 참으로 어쳐구니 없는 대북송금 그리고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는 교육계와 노동계의 현황과 함께 먼저 가신 호국영령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착잡하였다.
6월에 가슴깊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이 노래는 1964년 백암산 비무장지대에 배속된 한 초급장교(韓明熙 서울시립대 음대 교수)가 따스한 석양이 빨간 단풍에 물들기 시작한 초가을 오후 순찰 중에 잡초만 우거진 비무장지대의 양지바른 산모퉁이에서 이끼 낀 돌무더기 하나를 발견하고 팻말처럼 보이는 썩은 나무등걸을 바라보며 그 돌무더기가 어느 무명용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전우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을 되살려 1967년에 작사한 것을 장일남선생이 작곡한 것이다.
‘비목’은 그렇게 채 꽃피우지 못하고 산화한 젊은 무명용사를 기리기 위해 탄생된 헌시로, 강원도 화천군에서는 ‘비목’의 발생지인 백암산 기슭에 1995년 비목공원을 조성하고 1996년부터 매년 호국 보훈의 달 6월에 6·25 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순국하신 선열들을 추모하기 위해 비목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비목문화제는 평화적 남북통일을 열망하는 국민 모두의 희망을 노래하는 평화의 자리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넉넉한 모습 뒤편에는 언제나 국난극복의 시련이 응어리져 있다. 국난극복의 여정은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할 우리에게 희망의 빛을 이어나갈 확실한 이정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더 이상 전쟁없는 세계를 위해, 더 이상 아픔없는 세대를 위해 더욱 정직하고 근면하게 생활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굳게 가져 본다.
/선우 섭.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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