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공기를 마시고 싶어 창문을 여니 할머니 한 분이 보였다. 이 신새벽에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폐지를 줍고 있는데 차가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있다. 저 연세정도면 손자들의 보살핌을 받을 나이가 아닌가. 자식들은 알고 있기나 하는건지……
생활의 과학화와 의료산업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핵가족화 되면서 ‘孝’의 개념은 무너지고 노인들의 노후생활은 예전처럼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다. 1세대 독고노인이 늘어나면서 자식들에게 생활보조금을 받는 축은 그래도 다행이다. 국가에서 주는 생계보조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스스로 생계비를 벌어야만 한다. 능력있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이때, 힘없고 병든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루에 몇 천원 버는 재활용품을 줍는 것 말고는 무엇이 있겠는가. 아마도 저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 보다 하나라도 먼저 줍기 위해 새벽녘에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노년기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경제, 양질의 삶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저출산국가인 유럽에서는 노인의 문제를 연금, 국가보조금 등의 복지로 정부에서 해결해 노인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고 있으며 우리도 이 문제를 더 이상 노인, 자식들의 개인에게 돌릴 수 는 없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버스표나 동별로 경로당, 노인복지센터를 세우면서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선진국가에 비해서는 훨씬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노인의 문제가 어디 건강과 경제 뿐이겠는가. 양질의 삶 속에는 노인들의 성문제도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얼마 전 70대의 성을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가 많은 논란 끝에 개봉 되었다. 노인의 성에 대해 ‘노인이 되면 초연해 지겠지’라고 무의식속의 생각 때문에 젊은이들의 성과는 다른 충격으로 왔다. 하지만 노인의 성은 더 이상 감출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닌 젊은이와 똑같은 자아개념이며 노인복지 문제 또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함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모든 노인문제는 머지 않아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일이다. 현재가 있게 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미래를 위해 자식들 키우는 일에 전념하며 하루하루 살아간 그들의 노후는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권은수.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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