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초등학교때 여름방학책에 이상한 나라, 엘리스가 실렸다. 어린 소녀가 전혀 다른 미지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내용이었다. 모두 모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때는 단순한 픽션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은 가공이 아니라 현실이다.

대통령은 말씀마다 원칙과 법을 강조하면서 불법파업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긴급체포장이 발부된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은 경제부총리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협상하고 있으니, 불법파업주동자는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서 법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은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니 부총리도 우리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은가라고 노동조합의 기만 세워준 꼴이 아닌가.

뒤에 이어지는 파업에서도 대통령이 아무리 큰소리쳐도 노조원들은 코방귀만 뀔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하늘이다. 대통령의 말은 지켜져야 한다. 대통령의 말은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서 함부로 변경되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의 말이 시정잡배처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면 국민 누가 믿겠는가.

더구나 대통령이 정치자금법위반으로 기소된 안모 피고인과 청와대에서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는 기사를 보고 도대체 대한민국에 법이 있는 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서 피고인이 불구속기소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범법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자가 아닌가. 왜 대통령이 직접 만나서 격려해야 하는가. 물론 대통령과 동업자라는 특수관계라 할 지라도 법의 최고통수권자가 피고인과 마주 앉아서 얘기를 나누었다는 사실자체는 경악스러운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국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하는 짓이 책임있는 자의 언동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익 때문에 이라크에 파병을 결정했음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반대하다니. 미국에서는 일정한 사안에 대하여 반대가 치열해도 한번 결정되면 뭉치는데, 우리는 도리어 사분오열되니. 시민단체야 책임질 일이 없으니 함부로 떠들 수 있어도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국가결정에 반대하다니.

참여정부 4개월동안 이상하고 해괴한 사태가 많이 발생하여 글쓴이 자신이 정상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이젠 시계추를 정상으로 돌려놓자. 일반대중들이 좀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지도자의 한마디는 옥음(玉音)이 되어야 한다.

/강창웅.수원지방 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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