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능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재래시장의 경우 여성을 위한 신경정신과적 기능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동네에는 재래시장인 화서시장이 있다. 화서시장은 내가 자주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3년전에 34세로 세상을 떠난 친구가 생각나는 곳이다. 위암말기로 투병중이었던 그 친구는 기운이 없고 퉁퉁부은 다리가 무거워 한발자국 떼기가 힘들었지만 죽기전까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화서시장을 다니곤 했다. 나는 그녀의 시장산책에 여러번 동행했는데 거의 1시간을 족히 걸렸지만 우리는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힘든 일을 왜 하느냐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녀는 “활기찬 시장사람들과 싱싱한 먹거리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했다.
며칠전 안산에 살고 있는 친구집에 몇사람이 병문안을 갔다. 동네가 꽤 큰 아파트 단지였지만 싱싱한 과일가게, 정육점도 찾을 수 없었다. 알고보니 몇 정거장 버스를 타고 가면 대형할인매장이 있어 주변의 작은 가게가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갱년기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이제 50세가 가까이된 그 친구도 재래시장 근처에 살면 좀더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마트라는 영어로 거대하게 큰 매장들이 주변에 많이 생겨난다. 차를 가지고 가야하니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게되고 보관을 위해 대형 냉장고를 바꾼다.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에 들어가는데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환산해보니 1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환경파괴에 일조를 하는 것은 아닐까.
재래시장의 거래는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 물건을 파는 상인이나 물건을 사는 고객이 여성이 주류이다. 어린아이부터 아줌마,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사랑방처럼 이곳을 찾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세대의 만남, 사람냄새, 흥정하는 소리 등 인간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삶에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재래시장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기우일까.
/유은옥 수원 YWCA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