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두산중공업·화물연대·조흥은행·철도·지하철 등 대형분규로 인해 노사갈등이 우리사회와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대형분규이후 노동계의 ‘6월말 7월초 시기집중투쟁’이 이어지고, 중앙교섭·지역별 집단교섭 등 새로운 교섭구조 도입, 근로시간 단축 등 법제도 개선사항의 논란 등으로 기업단위 노사관계만으로는 원만히 풀 수 없는 노사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에서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로 표현되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협력적 노사관계’가 기업의 생존과 발전,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노와 사가 자주적인 주체로서 참여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통해서 이뤄낼 수 있다고 노사 모두에게 협조하여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노사관계를 현장에서 가까이 지켜보면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광고가 생각난다. 선생님께서 4명의 학생에게 3개의 아이스크림을 주고 서로 상의하여 그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하자, 4명의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학급에서 반장, 부반장, 체육부장, 미화부장으로서 학급의 각종 일들에 봉사하였으니 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고 다투다가 결국 아이스크림이 녹아버려 아예 맛도 보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여러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제로 섬 게임과 같이 이번에 한해 내가 양보를 하고 상대방이 더 큰 이익을 얻는 ‘분배적 협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갈등 당사자 모두가 공정한 결과라고 인정하는 ‘이익적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이 녹도록 사태가 진전된 것은 갈등 당사자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6년의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의 노사관계는 크게 변해오고 있다. 그러나 개발연대의 노사관계모형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한 것 같다.
국내외적으로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진정 우리, 또한 국가를 생각하는 대승적인 마음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노사관계가 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서로 자기 주장만 하다 아이스크림을 녹여버려 아무도 먹지 못하는 그 아이들이 주는 교훈을 우리 모두 가슴속에 품고 이 뜨거운 여름에 청량음료와 같은 시원한 노사관계가 이곳 인천·경기지역에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정호.경인지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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