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타협이 그렇게 어려운가!

어머니는 한 눈이 없었다. 남은 한 눈으로 남편도 없이 아들을 키우시느라 갖은 고생을 다 하시다가 세상을 등지셨다. 아들은 한 눈으로 살다 가신 어머니를 너무 사랑했고, 그런 어머니가 자랑스러웠으나 효도 한 번 해 보지 못한 자신이 한스러워 마음이 무거웠다. 아들은 저 세상으로 가신 어머니의 초상화를 화가이신 집안의 어른에게 부탁하였다. 아들은 초상화만큼은 한 눈 없는 어머니가 아닌 두 눈을 가진 어여쁜 어머니로 묘사하고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른은 아들을 나무라시는 것이었다. “자네가 어머니의 눈이 한 눈인 것이 한스러워, 죽어서라도 어머니에게 두 눈을 드리려는 효심은 충분히 이해하네. 하지만 자네는 어머니가 한 눈인 것이 창피했는가? 어찌 한 눈으로 살다 가신 어머니를 욕되게 하려는가!” 아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다고 할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 전쟁에서 한 눈을 잃은 장군이 있었다. 그 장군도 초상화를 남기고 싶었다. 그리스 전역에서 내로라 하는 화가들이 모여들어 그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사실대로 그린 것은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 흉측했고, 성한 두 눈을 그린 것은 장군 자신 같지도 않았거니와 화가들이 아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너무도 역겨웠다. 그러던 중 장군은 어느 아마추어 화가가 그린 그림에 만족했다. 그 화가가 장군의 옆모습을 그렸던 것이다. 성한 눈을 가진 그 옆모습을….

위의 두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너무 타협과 협상에 서툴다는 것이다. 나와 같지 않음을, 다르다고 인정하지 못하고 틀리다고 매도해 버리는 사회 풍토! 남을 설득하고 상대의 입을 다물게 해야 이겼다고 인식하는 토론 문화!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노사간 갈등을 겪으며 아무런 타협점도 찾지 못하는 우리 사회! 이제는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서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존재하는 1분간의 길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며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병익.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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