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빨간 머리띠 시위

여느 사업장 노조위원장 취임식에 갈 때마다 보고 듣는 흔한 장면과 용어가 있다. 우리에게는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당연시 여길 수도 있는 것들이다.

취임식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투쟁이라는 용어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취임축하 공연도 음악도 취임사도 축사도 모두 투쟁이다. 거기에다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할 경우 더욱 전투분위기가 생겨난다. 우리 한국사람에게는 이제 익숙한 풍경인 것이다.

노사 관계가 아직도 투쟁이어야 하는가. 나는 이런 행사를 볼 때마다 같은 의문이 든다. 노조 간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축제 분위기에서 취임식을 하면 안되는가 그랬더니 어림없다는 표정이다.

왜 노조위원장 취임식은 축제분위기가 되어서는 안되고 마치 전투에 임하는 출정식이 되어야 하는가. 파업도 할 수 있고 또 사주와 다툴 때도 있다. 그러나 취임식은 축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주측도 결국 한식구임에 틀림없는데 꼭 투쟁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가. 협상과 대화의 상대로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화되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수시로 접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쇠파이프를 곁들이는 것은 이제 별일이 아니다. 그러나 외국사람들에게는 공포의 장면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얼마전 영국을 다녀왔다. 대사관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데 어느 직원이 하는 말, 외국 TV에 한국 노조원들이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쇠파이프를 들고 파업하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외국사람들이 도저히 이해를 못한다. 한국이 무섭다고 한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특히 삭발까지 하면 더욱 무섭다고 한다?

빨간 머리띠를 두르지 않고 삭발도 하지 않으며 혈서를 쓰지 않는 파업문화를 언제나 볼수 있을까. 내 세대에 가능할까. 왜 우리나라만 그렇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심각하게 들었다.

/정장선.국회의원(민주.평택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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