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도층의 위기를 생각하며

몇 사람만 모인 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라를 걱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도덕적 위기에 처해 있고, 이념적 위기에 처해 있고, 국가 관리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3개의 위기에 중첩적·복합적으로 처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는 도덕적 기구이다. 국가는 경제에 앞서 도덕적 기구이고, 사회는 그 모든 것에 우선해서 도덕적 공동체인 것이다. 도덕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국가는 이념적 기구이며 사회는 이념적 공동체인 것이다. 이념은 국가와 사회가 나아가는 목표이며 지표인 것이다. 우리의 이념은 자유민주주의인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인류가 추구 해온 최선의 이념이며 최선의 제도인 것이다. 그 핵심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며 法治인 것이다. 그런데 통일이라는 명분으로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이념적 혼돈이 일어나고, 인식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관리 기구이며, 많은 이익집단의 통합체인 것이다. 이 많은 이익집단들의 상반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조절하는 관리기구인 것이다. 국가는 이 상반된 이해 관계들이 끊임없이 벌이는 갈등을 제도적 장치 안에서 해결하며 국민적 통합을 이룩해 가는 관리기구인 것이다.

이 관리기구가 비리로, 부패로 도산되고 있는 느낌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 내부의 분열이며 갈등이며 혼란의 연속인 것이다. 이런 사태를 지금 관리기구는 인식불능의 상태인 것 같고, 속수무책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국민들이 안타깝게 보는 것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公人이 公人이기를 포기하고 지도층이 지도층이기를 체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義人 열명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 城이 되지 않았다는 고사를 새삼스레 생각하게 된다. 그럴 정도로 우리 지도층은 자기 위치를 깨닫지 못하고 자기 위치에서의 임무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직설적으로 자격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해, 그 역할을 함부로 농락하고 있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도층들이 갖는 특징은 첫째로 무절제성이다. 분수를 모르고, 한계를 모르고, 디시플린(discipline)이 없다는 말이다. 몸에 밴 기율, 몸에 밴 자제력이 없이 무소불위(無所不爲)로 행동하고 무소부지(無所不至)로 욕구를 충족하려 하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지극히 저돌적이다. 남을 생각하며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법 없이 좌충우돌만 해서 무수한 적을 만들고 끊임없이 남과 송사(訟事)를 벌인다.

둘째로 무도덕성(無道德性)이다. 도덕적 긴장감이 전혀 없고 도덕적 해이가 너무 심한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단의식만 있고,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가치의식이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누가 봐도 비상식이다, 몰상식이다 하는 것을 예사로 하는 것이 보인다. 깨끗함과 부끄러움을 의식하는 최소한도의 염치지심(廉恥之心)도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거기에 자기 자랑, 자기우월, 자기 도취의 자만심, 귀에 쓴말은 처음부터 들으려고 하지 않는 오만심에 빠져있는 느낌인 것이다.

셋째로 무희생성(無犧牲性)이다. 철저한 이기적 상층인 것이다. 우리 지도층만큼 남에게 베풀줄 모르고, 대접만 받고 섬김만 받으려고 하는 지도층은 드물다. 좋은 것은 자기가 갖고 나쁘고 어려운 일은 으레 남에게 맡기는 전형적인 천민행태를 지도층이 갖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우리 지도층은 서로 공생하지 못하고, 항시 공멸의 운명에 처할 만큼 그들끼리의 분쟁과 투쟁이 심각한 모습을 항상 보게 된다.

에너지가 완전히 탕진하도록 까지 투쟁함으로써 결국 우리 지도층은 빨리 소모품화 해버리는 특징이 있다. 어느 집에서나 쓰는 냉장고나 세탁기 수명보다 짧은 것이 우리 지도층 존속기간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후계성(無後繼性)이다. 우리 지도층은 충성과 복종을 맹목적으로 바치는 가신만 키우고, 능력과 의지와 비전을 갖는 후계자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섭다. 후계자가 없는 만큼 우리 지도층은 등장의 요란함은 있지만 퇴장의 미학이 없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노욕(老慾) 노탐(老貪) 노추(老醜)의 가장 지탄받고, 심지어는 저주받는 대상으로 전화돼서, 멸시와 부정의 지도층, 혐오와 오욕의 지도층으로 인식되고 기록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며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 지도층이 지향해 가야할 목표는 무엇이며, 동시에 지도층이 준수해야 할 규범과 수행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각자가 심각하게 생각해 보는 하루만이라도 되길 바란다.

/김종구.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 예절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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