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천원권 화폐 ‘오죽헌’ 아닌 ‘자운서원’으로

지난 7월 파주시의회에서는 좀 특별한(?) 결의문을 채택하여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에 건의문을 낸적이 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오천원권 화폐에 그려져있는 오죽헌을 ‘자운서원’으로 바꿔달라는 건의문이다.

TV, 라디오, 신문 등 많은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었다.

관련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율곡 선생의 유덕과 얼을 다시 한번 재창출하고 역사를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심도있는 역사적 재조명과 고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강릉은 율곡선생이 1536년에 태어나 6세까지 성장한 생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오죽헌’이라는 어원은 율곡 선생의 이종사촌 동생인 권처균이 1569년에 외할머니로부터 재산을 분배받아 살면서 집주위에 검은 대나무가 많아 자기의 호를 오죽헌이라고 지음으로서 비롯된 것이다. 보물 165호로 지정된 것 또한 율곡 선생의 생가이기 때문이 아니고 조선시대의 중요 건축물로서 보존가치가 있어 지정된 것이다.

그러나 파주는 율곡 선생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세거지이며 뿌리인 본향이다. ‘화석정’은 율곡선생의 5대조인 이명신이 세운 것으로 율곡 선생이 8세 되던 해 여기서 ‘화석정 8세부시’를 지었으며 ‘십만양병론’을 주창하던 곳이다. 또한 집안이 모여 살던 곳이 밤나무가 많은 ‘밤골’이여서 선생의 ‘율곡’이라는 호가 여기서 유래된 것이며 지금도 ‘율곡리’라는 행정리로 존속되고 있다.

특히 ‘자운서원’은 율곡 선생의 업적과 덕을 기리기 위해 당시 제자와 유림들이 세운 것으로 율곡 선생과 제자인 김장생, 박세체의 위패를 함께 봉안하고 있으며 묘정비와 신도비가 그 증표를 더해주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율곡 선생을 비롯한 가족 13기의 묘소가 자운서원에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신사임당도 부군 이원수와 함께 여기에 어울무덤을 하고 있다.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 역시 율곡 선생과 당시 쌍벽을 이루는 퇴계선생의 제자와 유림들이 선생의 업적과 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서 천원권 화폐에 퇴계 선생과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962년도 강릉에서 실시한 율곡제례 행사에 당시 최고의 실세인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께서 초헌관으로 제수되었으며, 이듬해에 오죽헌이 보물로 지정되면서 관계기관과 학계, 국민의 많은 관심에 힘입어 강릉 오죽헌하면 율곡이라는 국민적 정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가의 의미보다는 집안 대대로 살아온 본향이며 학문을 연마하고 나라를 걱정하며 후학을 양성하므로서 선생이 생애에 가장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잠든 고장인 파주가 진정 율곡 선생을 대변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주장은 당연하다.

화폐를 바꾸어야하는 문제는 많은 경비와 시간이 필요한 대단히 어려운 국가시책사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죽헌하면 율곡 선생의 모든 것처럼 여기는 국민적 정서가 우리 역사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인식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역사는 국민에게 올바로 알려져야 한다. 많은 경비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올바르게 이해되고 정립되어야 한다. 어떠한 힘의 논리나 국민적 정서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배경과 정화에 의해 지켜가는 것이 역사의 올바른 정립이라 생각한다.

/김영기.파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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