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싸우면서 크는 아이

어둠을 가르고 힘겹게 아침을 튀어오르는 해처럼,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아쉬움으로 남긴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해처럼, 자연에는 다툼과 이해, 그리고 양보의 질서가 있다. 그리고 이 질서 속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인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미적 활동의 결실이 예술이라고 한다면 우리들 모두의 삶은 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활동이 될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다툼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질서의 결정체인 ‘함께 하는 세상’이다.

요즈음, 아이들 싸움으로 아이 친구의 부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하는 젊은 부모들을 종종 보게 된다. 아이 문제로 상대 아이부모에게 찾아가 항의하다가 심지어는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보았다. 또래의 아이들간의 싸움은 우리들의 어린시절에도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아이들 싸움에 부모가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코피가 터져도 부모님은 속상해하며 자신의 아이를 나무랐지 상대 아이 부모를 찾아가 따지는 일은 흔치 않았다. 또한 아이들은 싸움을 하고도 그들 나름의 화해법인 씩 웃는 것으로 싸움을 끝냈다. 그래서 “싸워야 큰다”는 말까지 있었다. 아이들은 서로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질서를 익혔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부모들의 지나친 자식사랑은 아이들의 이러한 질서 습득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 그 뿐인가. 요즘은 남의 아이의 그릇된 행동을 보더라도 나무라지를 못한다. 혹 남의 아이를 훈계라도 했다가는 그 아이의 부모로부터 핀잔이나 항의를 받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모두들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쓴 소리를 하려들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질서에 의해. 우리의 아이들이 이 질서를 익힐 수 있도록 우리는 더 큰 사랑으로 쓴소리를 해야할 것이다. 싸우면서 크는 아이들을 향한 우리의 큰 사랑을 우리청에서는 쓴소리로 만들고 있다. 아이들에게 질서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이 영상물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의 쓴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인호.서울지검 고양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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