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수도권 역차별에 관하여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막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이룬다는 취지 하에 추진되고 있는 수도권 역차별 정책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수도권의 인구과밀을 해소하고 다른 지방을 조화롭게 발전시킨다는 목표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수도권 역차별로 풀어야 할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A는 아들을 몇 두고 있다. 장남은 공부도 잘하는데다 용모도 수려해서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일류직장에 취업해 돈벌이도 잘하고 신부감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도 장남과 달리 크게 내세울 것이 없는지라 중매도 잘 들어오지 않고 부모로서는 여간 안타까운게 아니었다.

A는 아이들을 모두 장남처럼 되게 하려는 야무진 꿈을 꾸면서 드디어 결단을 내리고 장남에게 말했다. “동생들도 장가를 가야 하고 너처럼 잘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 이제부터 선은 동생들이 우선적으로 보도록 할 것이며 동생들하고 결혼하겠다는 처녀에게는 혼수를 면제해 주는 특혜를 베푸는 동시에 너는 절대로 돈벌이를 지금보다 더해서는 안되고 20평 아파트 이상 늘려 가서도 안된다”

10년이 지난 후 A는 크게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동생들은 여전히 특별한 경쟁력 없이 그럭저럭 살고 있고 그동안 집안의 생활비를 절반이나 부담하던 장남은 의욕을 상실해서 부모님 생활비는커녕 자기 가족 하나 제대로 지탱하기 힘들어 하여 A의 가정 전체가 침체 속에 빠져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A는 장남만 억눌러서 동생들 잘되게 하겠다고 한 생각 자체에 오류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당시에 장남을 오히려 북돋워 줘서 그가 벌어들인 돈으로 동생들이 각자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특성을 살리고 경쟁력을 길러 주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수도권 역차별은 A의 가정사와 다를 것이 없다. 균형발전은 어느 하나를 눌러서 해결할 것이 아니며 전체적으로 나눌 수 있는 파이를 키우고 각자의 특성에 맞는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여성철.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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