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는 재상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아랫사람에게 자상하고 너그러운 인품을 지니고 있었다. 하루는 집안 하인들이 하찮은 일로 싸우다가 그중 한 명이 상대방의 비행을 말하며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자 “과연 네 말이 옳다”고 말하고, 또 다른 하인이 자기의 옳음을 주장하자 “과연 네 말도 옳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부인이 “사물에는 일시일비(一是一非)가 있는 법인데 모두 옳다고 하니, 그렇게 판단력이 흐리고서야 어떻게 막중한 국사를 처리하십니까”라고 항변하자 태연스럽게 “과연 부인의 말도 옳소”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우리는 학교 다닐 때부터 이것 아니면 저 것일 뿐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시각에 길들여져,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거나, 정답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흑백논리에 익숙해 있는 실정이다.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절름발이 사고, 경직된 사고에 젖어 병들어 왔는지 모른다. 이 아이들이 자라나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아 끊임없이 자기합리화를 시도하고 상대방의 의견은 무조건 비판하고 상대방의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발견하면 사회적 매장이라도 시킬 기세로 덤벼들기도 한다. 과연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도 되겠는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젠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도 존중할 줄 아는 ‘똘레랑스’ 정신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자세, 여유와 너그러움을 갖는 자세가 선행돼야 상호간의 신뢰와 타협의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
홍세화씨는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란 책에서 똘레랑스 정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남을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남으로 하여금 당신을) 존중하게 하시오! 이게 바로 똘레랑스 정신의 출발점입니다”라고….
똘레랑스는 자기 자신의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는 독선의 논리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기를 요구하고, 자신과 다른 것들도 인정하라는 정신이다. 그리고 소수에 대한 다수의, 약한 자에 대한 강자의, 가난한 자에 대한 가진 자의 횡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도처에 만연해 있는 갈등과 감정대립 등 많은 과제를 똘레랑스 정신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소병주.경기도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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