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실은 마음 속으로는 제대로 보내지를 못했었건만 사무실 옆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들을 보자니 이제 그 낙엽이라도 즈려밟고 가을마저 속절없이 떠나 보내야하나 보다.
계절은 이렇게 세상사에 관계없이 자기 몫을 챙기며 오고가는 것을 보면 다소 얄밉고 서글픈 생각도 든다.
지난 여름의 태풍 피해등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을은 스산한 것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을 둘러싼 공방이 더욱 치열해지고 그 양상 역시 갈수록 혼미해져 일반인들은 도대체 혼란스럽기만 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결국 정치란 국민에게 더 나은 생활을 만들어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이 땅의 정치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인지 참으로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며칠 전 수능시험이 끝났건만 어린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들의 마음 앓이는 끝나지 않았다.
학교는 이미 어린 학생들이 즐겁게 생활하고 미래를 꿈꾸며 우정을 키우는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과외다 학원이다 어려서부터 공부만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그렇게 힘들게 생활한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다해도 사회는 그들에게 제대로 된 취업자리 하나 마련해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오늘도 입시 전선에서 취업전선에서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의 축 쳐진 어깨를 보면 그게 다 어른들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한편으로는 내일을 알 수 없는 험악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먼 중동의 나라에 다 키워놓은 우리 장정들을 생명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없이 던져 놓아야 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런 와중에 이 땅의 한편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감히 서민들이 생각해보지도 못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생기고 땀흘려 일하고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생활할 단란한 보금자리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가장들의 시름은 깊기만 하다.
이 스산한 가을에 우리의 모습은 어디쯤 있는 걸까? 하얀 겨울이 빨리 보고싶다.
/최인수.수원지방법무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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