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시민없는 시민운동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회의 각 세력간의 이해관계도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은 이러한 복잡한 사회의 다원화된 의사를 통합하고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민의 의사결정에의 참여나 비판은 전통적으로는 대의제를 통하여 이루어져왔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좀 더 다양한 참여방식이 필요하다. 그러한 취지에서도 시민운동은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어있고 실제로 우리사회의 각 분야에서 활발한 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많은 기여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시민운동에 대한 가장 많은 비판중의 하나가 시민운동에 시민은 없다는 것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시민운동이 전문적인 시민운동가나 소수의 엘리트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실제 일반 시민의 참여는 별로 없어 과연 시민운동 단체가 시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실제로 이러한 비판은 어느 정도 타당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절차에 대한 훈련이 아직 부족하고 그로 인하여 많은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의사수렴과정에서도 우격다짐식 억지가 통하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국민들은 이 땅의 정치인들이 국민과는 상관없이 자기네들이 만들어놓은 장에서 자기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고 느낄 때도 많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정치의 문제가 일차적으로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하여도 역시 그런 정치인들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데에는 국민의 책임 역시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정치의 수준은 결국 그 사회의 수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니까.

연말이어서 많은 송년회를 갖게되는 요즈음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안주감 중에서 정치 이야기 만큼 비중이 큰 것도 없다. 나는 그 분들에게 되도록 본인의 입장과 맞는 시민운동 단체등에 참여해주기를 권유하곤 한다. 대부분의 시민운동 단체는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들 단체 역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 그리고 비판없이는 그들만의 운동을 계속하며 시민없는 시민운동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방관자로서의 비난 보다 참여하는 비판은 좀 더 우리 사회를 성숙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최인수.수원지방법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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