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월 15일의 국회의원 선거는 유권자 혁명을 통해 선거문화를 개선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를 실험하게 된다. 간혹 ‘지금쯤이면 관광도 가고, 여기저기서 회식을 하자고 부를 때가 됐는데 영 선거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시대착오적인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돈 안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 문화를 창출해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중의 하나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82조에 의해 도입되는 합동방송토론회 또는 연설회의 개최이다. 전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후보자들이 공허한 이야기를 소리 높여 떠들기만 했다. 그리고 진지한 참석자보다는 후보들이 동원한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참석자가 없어서 후보자들끼리 텅 빈 운동장을 향해 소리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방송토론회 또는 연설회는 후보자를 유권자에게 알리는 매우 중요한 선거 수단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지켜볼 것인가 하는 유권자의 자세가 중요하다.
첫째,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성을 평가해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주장은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논리가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는 국회의 권능으로 대통령 업무를 정지시키는 과정을 보았다. 국회는 법과 예산을 통해 많은 정책수단을 결정한다. 정책의 구체적인 수단을 가지고 있는 가를 보아야 한다.
둘째, 후보자가 지향하는 이념이 무엇인가를 이해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박학다식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많은 정책결정과정에서 어떠한 이념을 가지고 참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호주제, 이라크 파병 등 시대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정책 이슈에 대해 일일이 물어 보고 확인할 수 없지만 최소한 후보자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확인하여 판단의 이념적 정향은 평가되어야 한다.
셋째, 토론의 자세를 평가하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토론의 문화를 전제로 한다. 목소리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논리가 중요하다. 내 목소리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는 긴장감을 가지면서도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는 후보를 찾아내야 한다.
넷째, 정치개혁의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현대 정치는 정당정치이다. 더군다나 이번 투표는 개인이외에 정당에 대한 투표도 실시한다.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당 평가까지 할 수는 없겠으나,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향후 정치개혁의 의지와 방향은 확인되어야 한다.
이번에 처음 실시되는 방송합동 토론회가 정착되어 새로운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가 삼류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면 유권자는 분명 그 속에 공범관계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일류 정치는 일류 시민이 만든다. 이번의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유권자가 먼저 변해야 한다.
/이 원 희.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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